새 지도부 뽑는 여야 전당대회 두 얼굴
요란한 국민의힘,‘어대명’ 민주당…조국 다음은 누구?
국힘, 전당대회 결과에 당정 갈등·분화 가능성 커
민주, 국회·중앙·시도당 ‘이재명 체제’ 추인 수순
제22대 국회 출범에 맞춰 여야 정치권이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을 시작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성과가 담긴 평가의 시간인 만큼 여야의 흐름이 대조적이다. 총선 패배 이후 내부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과 지도부간의 갈등이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당과 원내를 아우르는 ‘이재명 체제’ 추대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례정당’으로 등장한 조국혁신당은 정치적 지속가능성과 조 국 대표 이후의 리더십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인사들이 ‘친윤-반윤’ 구도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 전당대회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대통령실과 당권이 충돌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여권 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7일 공개된 미디어토마토 정기여론조사(24~25일, 1005명, 가상번호 ARS,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과 여론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대표 적합도에서 한 전 위원장은 32.4%를 받았고, 나경원 의원 14.9%, 원희룡 전 장관 9.8%, 윤상현 의원 7.4%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60%가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그는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였다.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채 상병 특검’ 수정안을 제시하며 기존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원희룡 전 장관은 ‘당정일체’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층, 당원을 겨냥해 반윤-친윤의 선명한 대립구도가 만들어졌다. 대표 후보자들의 지역순회 활동에서도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 대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약 한 달 여 동안 국회에서 벌어지는 특검법 추진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공산이 크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또는 여권의 분화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요란한 여권과 달리 총선에서 완승한 민주당은 전당대회 흥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평온하다. 8월 18일 전당대회를 위한 준비위원회와 선관위를 구성했고, 이재명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사라졌던 대표직 연임 수순을 밟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이전 당 주류를 형성했던 친문계 등 비이재명계 현역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비명계 중진의원은 “지명도와 비전을 높이고 알릴 기회라고 권유하기도 하는데 ‘광풍’을 이겨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재선급 의원들이 ‘이재명과 함께’를 앞다퉈 외치는 상황에서 노선이나 정책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물론 시도당 위원장 구성도 친명계 중심으로 짜여질 공산이 크다. 당과 원내, 전국조직에서 이재명 체제가 완성되는 대회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 대신 이 전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평가를 염려하고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 이 전 대표가 연임하는 것이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느냐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이 있다”며 “중도층에서 ‘이거 좀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도 7월 20일 전당대회를 연다. 창당 한 달 만에 4월총선에서 12명의 당선인을 내며 제3당으로 등장했으나 비교섭단체 비례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국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당의 진로를 좌우한다는 점이 핵심 변수다.
조국혁신당은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을 각각 선출해 원내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등 5면의 지도체제를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7월 전대에서 최다득표 최고위원을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 대표를 승계하도록 했다. 조 대표 재출마가 확실한 상황에서 다음 대표까지 함께 선출하는 격인데 혁신당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무엇보다 총선 이후 약화되고 있는 정치적 존재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당 지지율이 정체상태로 유력한 야당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호남권을 중심으로 민주당과의 경쟁을 선언하는 등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여론의 반향을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