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중독, 처벌 넘어 치료·회복으로”
마약사범 2만명 넘겨 … 도박중독 등도 실태 심각
한지아 의원 “중독치료회복지원법 제정할 것”
박주민 김윤 의원 ‘회복 지향 마약정책’ 토론회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숫자가 처음으로 2만명을 넘기는 등 ‘중독’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환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마약 및 각종 중독에 대해 처벌 위주의 대처보다는 치료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기도 했던 26일 국회에선 ‘회복 지향 마약정책을 위한 과제’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김윤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주최로 열렸다. 중독 당사자 운동을 펴고 있는 인권단체 중독회복연대 등도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한국이 ‘마약청정국’에서 ‘마약공화국’이 돼 버린 상황을 직시하되 ‘범죄+질병’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주제발표를 한 김희준 변호사는 “10대 마약사범이 10년간 12배 급증했고 텔레그램 마약방, 가상화페, 전자지갑 등을 이용해 마약을 구입하는 실정”이라며 “10대 마약사범은 단순투약사범에서 마약공급, 밀수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예전엔 마약사범의 주된 연령층이 40대였다면 2021년도부터는 20대로 내려왔다. 마약 유통 방식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10대 마약 사범도 급증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만 마약 예방 교육이나 치료 재활 시스템은 매우 허술하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마약중독 관련 치료조치 건수는 2017년 346건에서 2021년 298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김 변호사는 “마약과의 전쟁같은 이벤트식 대응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치료 재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한 제도적 지원과 예산이 미비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마약 등 각종 중독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전날 여당에서도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중독치료·재활 연속토론회를 열고 국가적 수준의 중독치료와 재활 체계가 필요한 이유를 짚었다.
한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활동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국제 의료의 흐름이 질병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더 나아가 지구적 건강 관점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면서 “우리 사회는 ‘중독’이 질병이고, 나의 가족과 우리의 이웃이 겪고 있는 고통이며 나아가 전 지구적 수준의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는 중독 문제를 단순히 범죄화하고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국가 수준의 중독치료·재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범부처 및 중독치료·재활 분야 전문가들의 현장 중심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중독치료회복지원법‘ 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 문제에 대한 국가 개입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사회적으로 중독예방 역량이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 일단 중독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가 필요하지만 민간영역에서 치료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불특정 다수 등 공공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 교수는 “마약 중독과 도박중독은 뇌 보상회로 변화로 인해 유발되는, 효과적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질병 치료 기술개발과 치료·재활인프라 설치와 지원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질환으로서 중독치료·재활을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중독치료회복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