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태원참사 조작설’ 논란…여당, 특조위 구성 지연
김진표 전 의장 회고록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적인 말이 술술” 윤 대통령 “특정세력에 유도·조작된 사건 가능성…강한 의심” 대통령실 “멋대로 왜곡 … 다양한 의혹 전부 조사 지시”
법적 시한 지났는데도 여당의 특조위 위원 추천 지연도 부각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를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대통령의 음모론’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고 대통령실은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법적 기한이 넘었는데도 이태원참사 특조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여당의 행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8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정운영을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에 의지해서야 되겠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국민한테 분명하게 밝히길 바란다”며 “지금도 극우 유튜브 시청을 하고 있지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엔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나눈 대화가 들어가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며 “이 사고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은 “이상민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 장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김 전 의장의 제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그럴 경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면서 내놓은 말이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는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이 믿기가 힘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반응이 빠르게 나왔다. 대변인실 명의의 ‘알려드립니다’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는 지시’를 김 전 의장이 ‘왜곡’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특히,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인도의 인파 압력이 떨어져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차선을 열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유튜브에 기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판단 가능성’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설마로 치부하기에는 전임 국회의장이 전한 말이니 안 믿을 도리가 없다”면서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시선으로 각종 현안을 바라보고 국정을 수행했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에 빠져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거부했던 것이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이라고 생각해왔는지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놓고는 특별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여당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태원 유가족과 만난 이후 “오는 20일까지 특조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다”며 “수일 내로 내부 상의를 거쳐 저희 추천 몫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껏 여당 몫의 특조위원은 추천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해 위원 1명을 추천하고 여야가 각 4명씩 추천한다. 이 중 국회의장과 여야가 1명씩 추천한 사람이 상임위원으로 임명된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3명 중에서 선출된다. 민주당은 특조위원을 이미 추천했고 특조위원장도 내정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한 뒤 30일 이내에 특조위원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 후 1개월이 지난 뒤에도 위원이 모두 선임되지 않으면 과반수 위원만으로도 특조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조위원 추천하지 않은 걸 보면 기존의 국민의힘 태도가 그대로 다시 드러난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행안위원장으로서 하루속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조위원을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준규·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