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급등 시멘트 가격인하 신경전
건설·레미콘업계 “유연탄 가격 내렸는데” … 시멘트업계 “전기료 등 올라 어렵다”
건설공사 핵심 자재인 시멘트 가격을 놓고 건설업계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영업이익 하락과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는 운송노조의 파업예고 등으로 경영위기가 심각하다며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레미콘은 원가의 40%를 시멘트가 차지하고 있다. 시공업계는 공사비 인상과 미분양 확대 등으로 실적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며 시멘트 가격 재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전기료와 환율 등이 올라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시멘트 가격 협상 참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당사자 입장을 고려해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결정했는데 다시 가격 변경 요소가 발생해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시멘트 가격 협상에서 쌍용C&E와 건설·레미콘업계는 벌크 시멘트 가격을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7% 가량 올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다른 시멘트업체들도 비슷한 인상률을 적용해 일제히 시멘트 가격을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하향세로 전환하면서 시멘트 가격 재조정 요구가 발생했다.
유연탄(연료탄) 가격은 2022년 9월 톤당 444.53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월 톤당 395.33달러로 하락했고 3월과 7월에 각각 195.90달러, 148.45달러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28.21달러, 3월 138.96달러로 120~14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라 시멘트업체들은 실적이 반등했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는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55억6721만원, 326억28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성신양회와 쌍용C&E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63억6714만원, 102억381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증가, 미분양 확대 등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건설시장 내부에서 양극화가 발생하자 시멘트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레미콘회사 관계자는 “레미콘을 생산하는 원가 중 시멘트가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격 인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며 “특히 레미콘 운송노조에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중고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전기요금과 환율 인상 등으로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로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이 13% 이상 줄었다”며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봐야하는데 자재 중 시멘트 가격만 인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