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논란 재점화?…나경원 “평화 위해 필요”
‘안보’ 의제로 보수 여전사 이미지 부각
다른 주자들은 ‘시기상조론’ 펴며 신중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가 재차 ‘핵무장론’을 부각시키며 보수 표심을 두드리고 나섰다. 다른 세 당권주자들이 모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재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1일 오전 나 후보는 국회에서 ‘핵무장 3원칙:대한민국 안보 전략의 새로운 비전’ 세미나를 열었다.
나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안보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해지고 동맹이 한 단계 격상되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단순히 미국의 선의에 의존해서는 절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핵무장 3원칙을 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 후보가 밝힌 핵무장 3원칙은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을 말한다.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하되 영구한 핵무장이 아닌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핵무장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하자는 내용이다.
나 후보가 핵무장론을 재차 띄우고 나선 이유는 당권레이스의 최대 관건인 보수 표심의 향방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에 대해 다른 3명의 당권주자들과 함께 ‘반한동훈’ 전선을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반한동훈 전선에 속한 3명의 주자들 중에선 핵무장론으로 또다른 차별화를 해나가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나 지난 달 핵무장론을 제시했을 때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등 다른 주자들은 ‘시기상조론’을 들면서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핵무장 관련 나 의원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나 후보측 관계자는 “당권레이스에서 핵무장론이 다소 뜬금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 후보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내용이고 보수정당의 대표라면 당연히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할 분야”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문재인정부 시절 판문점선언 당시를 회고하며 ‘보수여전사’ 이미지도 상기시켰다. 나 후보는 “판문점 선언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종전선언을 가열차게 추진할 때 아무도 큰소리로 비판하기 어려울 때 당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교섭단체 연설을 하면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면서 “이후에도 모든 외교역량을 동원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편지를 써서 만났고 종전선언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려줬다”고 말했다.
보수여전사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이 과연 효과적이겠느냐는 비판도 물론 있다. 박성민 대표는 지난 달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도 나 후보가 보수여전사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며 “확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