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 → “연말까지 대통령기록물 여부 판단”
김 여사 디올백 놓고 조금씩 달라지는 대통령실 입장
“‘외국인 선물’은 대통령기록물” 권익위 주장과도 달라
국회 운영위 현장조사 제안에 “보안구역” 사실상 거절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명품 가방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다시 한번 논란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존에 관계자발로 나왔던 대통령실의 비공식 입장, 정부기관으로선 유일하게 법적 판단을 밝혔던 권익위, 그리고 1일 국회 운영위에서 나온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 특히 정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을 최종 입장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미 대통령실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김 여사의 명품 가방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령 장면이 공개된 후 대통령실에선 언론매체와 익명인터뷰를 통한 비공식 입장만 밝혀왔다. 지난 1월 19일 대통령실의 익명 관계자가 여러 매체와 통화를 통해 밝힌 내용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는 것이었다.
‘명품 가방은 이미 (대통령기록물로) 국가에 귀속됐다’는 이 입장은 한동안 여권 주요 인사들의 입을 통해서도 반복됐다. ‘찐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은 1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이후 별다른 입장제시 없이 흘러다가 5개월 후인 6월 1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색다른 입장을 내놨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종결처리한 이유를 설명하며 “직무 관련성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간주돼 신고의무가 없다”는 논리를 내놨다.
대통령실의 비공식 입장과 권익위의 입장은 여러 면에서 정합성이 부족하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물이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실에서 이미 국가에 귀속된 물건이라고 밝혔으니 명품 가방이 대통령 선물이라는 점, 그리고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인데 권익위는 애초에 직무 관련성 자체를 부인했다. 만약 직무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 선물이라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를 폈는데 외국 정상에게 받은 선물 등을 고려해 해당 규정이 생겼을 텐데 법취지에 맞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회에서 밝힌 입장은 의구심을 더 증폭시켰다. 정 비서실장은 “포장 그대로 청사에 보관하고 있다”면서도 국가 귀속 여부에 대해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된다”, 대통령기록물 여부는 “연말까지 판단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의 발언을 최종 입장이라고 보면 김 여사의 명품 가방은 아직 국가에 귀속되지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도 되지 않은 셈이다. 기존에 밝혔던 대통령실 비공식 입장, 권익위 판단과도 또 다른 내용이다.
야당에선 현행법 위반 여부를 파고들었다. 윤 의원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근거로 들며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받은 기록물, 선물에 대해서는 매년 5월31일까지 기록관에 통보하게 돼 있고, 기록관은 8월30일에 현황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대통령실이 현행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통령비서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10일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총 126개 품목을 ‘대통령기록물 생산 현황’ 목록에 올렸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윤 의원은 “뇌물로 받았는데 문제가 생기자 기록물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문이 증폭되자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명품 가방 실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현장실사시 협조 의향이 있는지 묻자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역이 보안구역이라 논의를 거쳐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여야 간사 협의를 요청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