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사업장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대진단 참여사업장 64% “정부지원 필요”

2024-07-05 13:00:00 게재

자가진단 참여율 5~20인 미만 가장 높아 … 맞춤형 지원사업 신청 50인 미만 사업장 94.4% 차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은 5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회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면서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은 2022년 1월부터, 50인(5~49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각각 1년과 3년을 유예했다. 정부와 국민의힘, 경영계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으로 △산업안전 대진단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했다.

2022~2023년 5~49인 중소사업장 45만개소(전체 83만7000여개소 대비 53.8%)를 지원했으나 접점이 없었던 38만5000개소는 중대재해법 준비 및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산업안전대진단은 5~49인 중소사업장 83만7000개소를 대상으로 4월 말까지 집중 운영했다.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 체계 점검·평가 등 총 10개 핵심항목을 온·오프라인으로 진단할 수 있고 진단결과는 3색 신호등으로 구분해 제공된다. 진단결과에 따라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등 맞춤형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5월부터는 축소 운영 중이고 지원사업 신청은 상반기 종료됐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주요 선진국의 정책과 우수사례를 공유해 중소규모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사진 안전보건공단 제공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와 안전보건공단(이사장 안종주)은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주요 선진국의 정책과 우수사례를 공유해 중소규모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김인성 공단 산업안전실장은 그간의 ‘산업안전대진단’ 운영성과를 발표했다.

6월 18일 기준 산업안전대진단 자가진단 참여현황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43.8%) 기타업종(31.2%) 건설업(25.0%) 순이었다. 직책별로는 경영자(28.6%) 관리감독자(26.9%) 안전보건관리자(22.8%) 근로자(21.7%) 순이었다.

기업규모별로는 5~20인 미만 사업장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50인 미만(22.9%), 5인 미만(21.7%), 50인 이상(13.8%)이 뒤를 이었다. 모든 업종에서 5~20인 미만(건설업 1억~20억원 미만) 사업장의 참여율이 높았다.

자가진단 결과 빨간색이 53.7%로 가장 많았고 초록색은 36.0%, 노란색은 10.3%였다. 빨간색은 정부의 적극지원, 노란색은 지원선택, 초록색은 자체개선이다.

모든 업종에서 빨간색 점유율이 높았다. 정부지원이 필요한 빨간색+노란색은 64.0%였다. 50인 미만은 빨간색 점유율이, 50인 이상은 초록색 점유율이 높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10개 항목) 구축에 대해 전체 평균은 5점 척도에 3.58점이었다. 위험성평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비상대응체계 수립·훈련, 체계 점검·평가는 평균 아래였다.

●지원사업 신청, 50인 미만 사업장 94% 차지 = 진단결과에 따라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등 맞춤형 지원사업 신청 사업장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55.5%로 가장 많았고 기타(27.5%), 건설업(17.0%)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5인 이상~20인 미만(1억원 이상~20억원 미만) 사업장이 50.2%로 가장 많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94.4%를 차지했다.

지원사업별 신청 현황은 재정지원 29.8%, 컨설팅 26.5%, 교육 22.6%, 기술지도 21.1%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체계구축 컨설팅 21.5%, 클린사업 20.3%로 점유율이 높았다.

사업장의 사업주(또는 업무담당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에 대한 만족도를 200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합만족도는 평균 93.7점이었다. 최고경영자 안전의식 향상에 도움(95.8%), 산재예방에 도움(95.2%)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인성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실장은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50인 미만 경영자(사업주)의 관심이 높은 반면 다수의 사업장에서 체계 구축이 부족한 것으로 인지했다”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및 사업주 교육지원 강화와 더불어 위험성평가, 안전점검회의, 비상대응, 점검·평가 항목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로벤스보고서 이후 사망사고 크게 줄어 = 이날 세미나에는 영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산업안전보건 전문가가 참여해 각 국가의 안전보건정책과 재해예방 우수사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앨런 스티븐스 영국산업안전보건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영국 보건안전시스템의 역사를 바탕으로 중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어떻게 변천했는지 설명했다.

영국은 대형 산재사고와 직업병이 잇따르자 1970년 산업안전보건 체계 전면개편을 목표로 로벤스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왕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로벤스위원회’는 2년 동안 관련 법령과 집행실태 등 심층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1972년 발표한 로벤스보고서는 △법령이 너무 많은 점 △많은 법률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복잡한 점 △행정관할이 세분화된 점 등을 지적했다. 로벤스보고서는 사업장 내 자율관리시스템을 기본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4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고 ‘산업안전보건청’(HSE)과 ‘안전보건위원회’(HSC)를 설립했다.

이 제도는 영국의 작업장에서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4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650명에서 10년 뒤에는 147명으로 크게 줄었다.

앨런 전략기획실장은 “하지만 1974년 이후 업무환경은 상당히 변화했으며 더 많은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신기술, 기후위기 및 녹색전환이 근로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 규제 및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잉 슈 대만 산업안전보건청 기획국장은 “대만의 중소기업 수는 163만개소이며 이는 전체 기업의 98.9%를 차지한다”며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펴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중소규모 사업장의 특성인 자본 및 인력 그리고 전문성 부족에 대한 국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시적 규제에서 목표기반 규제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편한 뒤 지난 20년간 사고사망만인율을 0.1퍼밀리아드로 줄였다. 세바스티안 탄 싱가포르 인력부 산업안전보건감독국 국장은 “싱가포르는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을 지원한다”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노력해온 정부의 경험을 공유했다.

안종주 공단 이사장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사고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중소규모 사업장이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도록 공단이 앞으로도 귀를 기울이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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