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내년에도 ‘바이든 선글라스’ 쓸까…3년째 나토회의 참석

2024-07-08 13:00:31 게재

8일 출국,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 후 워싱턴DC로

“북러 군사협력에 강력한 메시지…나토와 협력 논의”

미 대선 안개 속, “대 중·러 악화” “안전판” 평가교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인도태평양과 대서양을 묶어 중국·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통합억제’ 전략에도 정례적으로 부응, 한미동맹 및 대북억제를 강화하는 행보다.

그러나 나토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윤 대통령의 ‘전략적 선명성’ 행보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나토 정상회의 순방 브리핑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5개국 이상 양자회담, 미·일과는 미정 =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및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위해 8일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나토회의에 참석했다. 한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 준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는 데 맞서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토와의 연대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취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5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토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DC에 가기 전 먼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들러 이틀간 머문다.

8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태평양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연다. 이어 9일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워싱턴DC로 이동, 10일 체코·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5개국 이상 나토 회원국 정상 및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연쇄 양자 회담을 한다. 안보·에너지 분야 협력이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노르웨이는 이미 우리나라의 K9 자주포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체코에서는 한국기업이 신규 원전 사업에 도전 중이다.

양자회담 후에는 정상회의 개최국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친교 만찬에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한다.

11일 오전에는 나토의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 일정을 진행한 뒤 본회의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에는 나토와 미국·유럽의 5개 싱크탱크가 공동주최하는 나토 퍼블릭포럼에 참석해 인도·태평양 세션의 단독 연사로 나서 글로벌 안보 질서를 주제로 연설한다.

한미·한일·한미일 정상회담의 개최는 불확실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짧은 시간에 여러 행사를 소화해야 하는데 한미·한일·한미일 관계를 별도로 떼어내 회담할 여유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되더라도 ‘통합억제’ 유지? = 나토는 2022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 ‘도전자’ ‘위협’으로 규정,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억제를 추진중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중·러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 ‘통합억제’를 국방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가치연대’를 내걸고 나토와 미국의 행보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그러나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윤 대통령의 ‘전략적 선명성’이 ‘악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취임 때부터 일관되게 방위비 지출에 인색하고 ‘고립주의’적, 대 러시아 유화적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 때문이다.

트럼프는 올해 초 “나는 (나토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사실 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나토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재선시 나토 회원국들의 전열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트럼프 당선 시 바이든 정부의 통합억제 전략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의 확장억제 비용은 커지고 중·러와의 관계는 악화되는 겹악재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지도자가 누가 되느냐로 양극화된 국제질서가 한 번에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나토회의는 시스템에 의한 통합억제 안전판을 구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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