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969년 창사이래 노조 첫 총파업
전삼노 “사측 변화 없으면 2차 파업” … 회사 “생산차질 없다”지만 장기화 땐 우려 커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생산차질 없다”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영향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조합원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삼노는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총파업 참여의사를 밝힌 인원이 6540명이라고 공개했다. 이 가운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이 5211명,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화성·평택사업장 소속 조합원이 4477명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예상했던 총파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며 “특히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 인원이 왔으니 생산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참가 인원 6540명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5000여명)의 5%에 그치지만 반도체 생산 관련 인력이 파업에 대거 참가했다는 것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설비·제조·개발 공정은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직군으로 이들의 파업 참여로 인한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공정 특성상 어느 한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8년 평택사업장에 28분간 정전이 발생했을 때 500억원 수준 피해를 입었다.
전삼노는 5월 29일 파업을 선언하고 지난달 7일 첫 연가투쟁에 나섰으나 이때는 징검다리 연휴여서 생산차질을 비롯한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삼노가 10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을 할 예정이고 이 기간 노사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0일 1차 총파업이 끝나는 즉시 바로 이어서 (2차)파업할 수도 있고 다음주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며 “모든 것은 회사 태도에 달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일 “현재까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없었다”며 “철저한 대비를 통해 생산라인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직원은 약 7만명으로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 통상 하루에 교육 출장 휴가 등으로 1~3%가 생산라인에서 빠지기 때문에 당장은 큰 차질이 없다는 이야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3월 29일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된 5.1%로 결정했다.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사측과 임금교섭을 하던 전삼노는 △전 조합원에 2024년도 기본인상률(5.1%)보다 높은 임금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의 초과 이익성과급(OPI) 제도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온 전삼노는 2월 노사 임금협상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고 3월 18일부터 4월 5일까지 전체 조합원 2만7458명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4%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사가 중노위 사후조정을 거치며 사실상 합의 단계에 이르렀으나 노조의 총파업 선언으로 최종 합의가 결렬되면서 노사 간 협상 카드도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양측 모두 사후 조정안보다 진전된 안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노조의 요구사항인 조합원에게만 별도 임금인상의 경우 회사가 연말평가를 통해 임금설계를 한 상태에서 노사협의회와 협의까지 마쳤기 때문에 뒤집기 어렵다. 성과급제도 개선도 삼성그룹 공통의 제도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인력관리 조직문화 개선이나 전직원에 돌아갈 수 있는 보상 등은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 기대치(8조268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한편 전삼노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이날 기준으로 3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달 말 이후 1600여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4% 수준이다.
한남진 고성수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