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 지하보도, 뮤지컬·연극 무대로 탈바꿈
전문인력·공간 키우고 주민들은 일상에서 향유
국내 유일 음악문화지구 “청년예술인들 성지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아트스튜디오를 지키는 정건우 주임. 연극을 전공한 뒤 예술의전당에서 일하던 그는 이 공간 때문에 서초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4월 서리풀아트스튜디오로 탈바꿈하기 전만 해도 ‘예술의전당 제1지하보도’로 불리던 어둡고 침침한 공간이었다. 새 옷을 입은 지금은 인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젊은 예술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정 주임은 “예술인을 꿈꾸는 초등학생들까지 연습실을 대관해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9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청년예술인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구에는 반포대로를 중심으로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도서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기반시설이 집적돼 있다. 특히 220여개 악기공방과 공연장 연습실 등이 밀집된 국내 유일 음악문화지구에는 전국 청년 음악인들이 몰린다. 전성수 구청장은 “실력은 있지만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예술인이 서초에서 재능을 펼치고 성장하도록 돕고 싶었다”며 “주민들은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서초에서 사는 게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젊은 예술인들이 가장 희망하는 건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기회’다. 구는 우선 무대와 전시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민들도 지나다니길 꺼리던 지하보도를 무대연습 악기연주 등이 가능한 연습실로 꾸민 서리풀아트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특히 엘피(LP)음반을 구비한 음악감상실 내 각계각층 인사가 기증한 음반이 인기다. 전 구청장도 서초 꿈나무들이 모범을 삼도록 피아노연주자 임윤찬의 실황 음반을 내놨고 가수 장미화씨는 50주년 기념음반을 그를 통해 전달했다. 전 구청장은 “부모와 자녀,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음악을 함께 듣고 공유할 수 있다”며 “큰 도로로 인해 섬처럼 떨어져 있는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 등을 지역사회와 잇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동네 카페를 시작으로 일상 공간을 청년작가들에게 내주는 ‘청년갤러리’는 마을버스 정류장과 분전함까지 확대했다. 서울교대 동측 담장 ‘골목길 갤러리’는 주민들이 요청한 내용이다. 구에서 조성하되 일상 관리를 주민들이 맡기로 했다. 도시 미관 개선까지 1석 3조 효과를 거두는 청년갤러리에서는 작가 290명이 작품 858점을 선보였다.
청년예술인을 선발해 자립까지 연계하는 서리풀청년예술단, 서초교향악단과 협연할 인재 선발, 예술의전당과 함께하는 청년작가 특별전 등도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갈 청년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들을 공공에서 뒷받침할 청년교향악단도 계획 중이다. 동시에 청년갤러리처럼 ‘찾아가는 꽃자리 콘서트’ ‘서초실내악축제’ ‘정오의 클래식디저트’ 등 청년들 재능을 주민들에 돌려주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서초를 청년 예술인들이 재능을 뽐내고 꿈을 펼치는 ‘청년예술인의 성지’로 만들고자 한다”며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은 일상에서 쉽게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젊고 활기찬 문화예술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