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내년 최저임금 줄다리기 협상 돌입
근로자 “1만1200원” 사용자 “9870원” … 첫 요구안에서 노 ‘1340원’ 내리고, 사 ‘10원’ 올리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의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동계는 올해(9860원)보다 27.8% 대폭 오른 시간당 1만26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가 1400원을 낮췄다. 경영계는 ‘동결’ 요구에서 10원 오른 9870원을 제시했다. 1330원 차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앞서 최임위는 지난 1~8차 회의에 걸쳐 최저임금 결정 단위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미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6월 말)을 넘겨 예년보다 논의가 지연된 탓에 노사 양측은 이날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얼마 안 가 1차 수정안까지 내놨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요구안을 수정을 거듭해 제출하면서 간격을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계속된 고물가와 근로자 실질임금 하락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임위가 제공한 심의 자료만 보더라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 245만원이 넘게 필요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며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2022년 생활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은 5% 인상에 그쳤다. 2023년엔 생활물가가 3.9%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2.5% 인상에 그쳤다”면서 “정말 월급 빼고 다 오른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살기에도 부족한 임금을 주면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날 최저임금 요구 수준과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규정과 수습 노동자·장애인 감액 적용 규정 등을 없애는 최저임금법 개정 요구안, 일자리안정자금 재도입 등 소상공인 지원방안도 함께 위원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를 넘어섰고 선진국인 G7국가의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면서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저임금 미만율은 공식적으로 13.7%지만 주휴수당까지 감안한 미만율은 24.3%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은 낮아져 있다”며 “업종별 구분적용이 부결됨에 따라 모든 사업장이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단일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만큼, 현 수준에서 이조차 감당 못하는 한계업종을 기준으로 수준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작년 말 기준 59%에 달하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72만원 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근로자보다 더 취약계층인 은퇴 고령자, 미숙련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노동시장 외부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어 “취약층 구직자들의 고용기회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1차 수정안 제시 이후 추가 논의 없이 종료됐다.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고시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고려할 때 7월 중순이 최저임금 결정의 실질적인 마지노선이다. 역대 최장 심의를 기록한 지난해의 경우 7월 19일에 최종 결정됐다.
최임위는 1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간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