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경제의 발전전략과 추진주체의 복고화

2024-07-11 13:00:01 게재

작년 하반기에 열려야 했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7월 15일 개최된다. 중국경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가 당원들에게 정책에 대한 어떤 비판도 하지 말도록 한 것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경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실질적으로 이끌어간다. 시 주석은 2022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1960년대 소련의 기술통제에도 불구하고 양탄일성(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대중기술통제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 했다.

중국이 양탄일성의 과학기술 성취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은 침체되어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과학기술의 도약과 경제의 침체가 병존하는 지금의 중국 상황에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신산업의 성장과 같은 물질적 토대의 강화만으로는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질적 토대를 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발전이론이 필요하고 경제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도 존중되어야 한다.

물질적 토대 우선시하던 마오시대로 회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주의 이론을 과감히 환골탈태해왔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중국이 생산력이 고도화된 사회주의 고급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사상의 해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은 마르크스 이론을 중국현실에 변용한 탁월한 지혜였다. 장쩌민은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삼개대표론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전 인민의 대동단결을 이끌었다. 후진타오는 선부론으로 인한 물질과 정신의 격차를 완화하는 조화로운 발전관으로 발전의 모순을 완화하고자 했다.

시진핑 시대의 대표적 경제발전이론은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중국식 현대화’다. 중국식 현대화에서 강조하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현대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현대화’ ‘평화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는 기존 정책을 다듬은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의 차별성은 ‘거대 인구규모의 현대화’와 ‘공동부유의 현대화’에 있다. ‘14억 국가의 현대화’는 경제발전을 위해 공산당의 집체적 통일적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정치지도 원리이고 ‘공동부유의 현대화’는 평등과 성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에 가깝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금의 ‘중국식 현대화’는 다양한 목표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전략적 사고와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의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론적 창의를 담은 발전관으로 보기 어렵다. 물질적 토대의 강화를 우선시하던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 비해 경제발전을 주도할 전문성을 지닌 지도자 집단도 뚜렷하지 않다. 덩샤오핑 시절 후야오방 총서기는 일찍이 개혁개방의 단초가 된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의 이론적 명제를 제기해 경제발전의 사상적 질곡을 해방시켰다. 장쩌민 시절 주룽지 총리는 국영경제의 개혁과 함께 중국을 세계경제에 접목시킨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끌었다. 후진타오 시절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발전에 뒤따르는 정치발전과 성장과 복지의 조화에 노력했다.

시진핑 시대의 경제주체는 복고화 경향이 강하다. 경제에 대한 공산당(紅)의 권한이 강화되고 전문가(專)의 권한은 위축되어 개혁개방 이후 이어지던 흐름이 역류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국영기업 개혁, 중국제조 2025, 과잉생산 해소 등을 추진했으나 시진핑 집권 3기 이후에는 리커창 총리에 비견되는 경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3중전회, 시대 부응하는 발전구상 내오길

지금은 중국이 주장하듯 ‘100년만의 대전환기’로 볼 수 있다. 서구의 위기는 중국의 기회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에 대한 비판이 많으나 강력한 지도자는 재량의 여지 또한 크다. 마오쩌둥 주석은 대약진운동 실패 이후 경제난 극복을 위해 덩샤오핑에게 경제발전을 주도하게 했고 이는 1978년 개혁개방의 단초가 되었다. 레닌도 볼세비키정권의 존속을 위해서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결단으로 시장경제를 담은 ‘신경제정책’을 시행했다.

중국 공산당의 집권 정통성은 민생에 있다. 과도한 방역으로 민생이 심각해지자 철옹성 같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일거에 철회한 바 있다. 이번 3중전회에서 ‘전면적인 개혁개방’과 ‘중국식 현대화’가 중점 논의된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이 하고픈 목표의 반복과 나열에 그치지 않고 시대 변화와 인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참신한 경제발전구상을 담아내기를 기대한다.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