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2단계 파업을 거치지 않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생산차질 없다”지만 파업참가자가 예상보다 많았고 조합원 수가 늘면서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전삼노는 8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수정해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삼노는 이날 파업 선언문에서 “1차 파업기간 사측이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아 곧바로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간다”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는 안건이 나오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우리는 분명한 라인의 생산차질을 확인했다”며 조합원들에게 집행부 지침 전까지 출근 금지, 파업 근태 사전 상신 금지 등의 지침을 공지했다.

전삼노 손우목 위원장과 이현국 부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파업 목적이 ‘생산차질’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8인치 라인을 먼저 세우는 게 목표”라며 “그다음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라인 식당에서 파업을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총파업 참여의사를 밝힌 인원은 6540명으로 이 가운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이 5211명,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화성·평택사업장 소속 조합원이 4477명이다. 예상했던 총파업 인원보다 많은 조합원이 참가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사내 이날 오전 9시 기준 3만1400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5000명)의 25%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말 이후 2000여명 이상 늘어났다. 상당수 조합원이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삼성잔자의 반도체 제조시설은 국가보안시설이라 작업현장 내에서 파업이 제한돼있다. 1차 파업은 사업장 밖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들의 조합원 교육 등으로 진행됐다. 전삼노는 현재 총파업과 관련해 생산차질 품질사고 등의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전삼노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은 △전 조합원 기본인상률 3.5% 인상 △성과급(OPI) 제도 개선 △조합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전노조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노사협의회와 협의한 기본인상률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3월 29일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된 5.1%(기본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정한 바 있다.

유급휴일 확대는 2023·2024년 임금협상의 병합 조건이었던 ‘휴가개선’에 대한 약속 이행을, 성과급제도 개선은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은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삼노의 파업은 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의 파업참여와 조합원 수 증가에 달렸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총파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생산차질은 없었으며 정상적으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1차 총파업 이후 노사 간 공식적인 대화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7월 중순까지 파업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다만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오는 8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파업권이 사라지기 전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우리는 라인에서 분명한 생산차질을 확인했고 사측은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측은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측 관계자는 “아직 보고된 생산 차질은 없으며 생산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고성수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