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 전 부사장,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삼성전자 특허기밀 유출>삼성전자>
삼성 기밀자료 빼돌려 미 특허소송 활용 혐의
피고인측 의견서 미제출 … 다음 재판 8월 진행
안승호 전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센터장(부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삼성전자 기밀 정보를 빼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합의금 9000만달러(약 1243억원)를 요구하는 특허 침해 소송에 활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부사장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동호 전 삼성디스플레이 출원그룹장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안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수사 기록 열람·등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도 “공소사실은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말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10년가량 특허전략을 총괄하다 퇴사한 후 지난 2019년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인 시너지IP를 설립했다. 이후 안 전 부사장은 미국 스테이턴 테키야와 함께 “삼성전자가 갤럭시S20 시리즈에 테기야의 특허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삼성전자는 시너지IP와 테키야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 IP센터 직원에게서 내부 기밀정보인 테키야 특허 분석자료를 전달받아 특허 침해 소송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안 전 부사장은 부정 취득한 보고서의 기밀 정보를 이용해 소송을 제기할 특허를 선정하고 그 중요도를 결정했다”며 “또 보고서를 소송 투자자와 공유해 소송 비용을 투자받는 등 삼성전자의 기밀정보를 광범위하게 부정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안 전 부사장이 삼성 내부 정보를 부당하게 빼돌려 소송에 활용했다며 시너지IP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미 법원은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 내부 자료를 소송에 이용한 사실을 인정하며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질타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그룹장은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개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는 취지고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는 공소사실도 부인한다”고 했다. 이 전 그룹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사내 특허 출원 대리인을 선정해 주는 대가로 한국과 미국, 중국의 특허법인으로부터 약 7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모 카이스트 초빙교수도 배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16년 정부가 출연한 NPE 대표를 지내면서 회삿돈으로 가치가 없는 일본 기업의 특허를 77만달러에 매입하고, 그 중 27만달러를 ‘리베이트’로 되돌려받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과 증거인부를 7월 31일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검찰측도 이를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증인 신청을 통해 8월 증인신문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했다. 다음 공판은 8월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