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여당 전당대회…‘한동훈 대 김건희’ 변질
김 여사 문자 공방에 매몰되며 연일 진흙탕 싸움
당원비중 높은 TK·수도권 연설회 ‘진검승부’ 남아
새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7.23전당대회 선거전이 반환점을 돌았다. 총선 참패 이후 수습책과 여당으로서 비전 제시의 장이 되기는커녕 ‘김건희 여사 문자’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4명의 쟁쟁한 후보가 경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한동훈과 김건희가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촌평까지 나올 정도다.
◆“김건희만 보인다” = 전당대회까지 12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당 전당대회는 여전히 김 여사 문자 공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총선 전인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동훈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사과의사를 표했지만 이를 한 후보가 무시했다는 논란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못한 채 입씨름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도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원희룡 후보는 ‘총선 고의 패배 의혹’을 제기하며 전면에 섰다. 원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이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의 사과 여부에 따라 총선 판세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던 상황에서 당시 한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읽씹’한 데 모종의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총선 당시 한 비대위원장의 비례대표 ‘밀실’ 공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던 원 후보는 “공천 문제를 안 담으면, 백서에 무엇을 담느냐”고 되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후보도 지지 않았다. 한 후보는 원 후보에 대해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면서 “제 가족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말한 뒤 계속 도망만 다닌다.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 이것이 자랑스러운 정치냐”고 공세를 폈다.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선 “이렇게 조직적으로, 내밀한 문자를 공개하는 것은 대단한 구태 정치”라며 “공작에 가까운 마타도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원희룡 후보 둘 다를 탓하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나올 수 있는 추태는 다 나온 것 같다”며 “구태 정치와 손잡은 분들을 빨리 손절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을) 이미지 정치로 이길 수 없다. 그들의 특검 덫에 걸려드는 초보 정치로 이길 수 없다”며 “본회의장에 입장도 못 하는 대표. 전력에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며 원내 대표 후보로서 강점을 부각시켰다.
◆‘어대한’ 흔들? 오히려 역풍? = 이같은 논란을 지켜보는 당 관계자들은 씁쓸한 표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김건희라는 후보가 전당대회 출마한 줄 알 것”이라면서 “한동훈과 김건희 싸움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당 밖에서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쓴소리를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당원과 국민에게 실망만 주는 유치한 진흙탕 싸움장이 되고 있다”면서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 정신 차리세요”라고 말했다.
김 여사 문자 공방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이 여전히 견고하게 나오고 있어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3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1074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후보 45%, 원 후보 11%, 나 후보 8%, 윤 후보 1%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61%로 더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각 캠프에서는 당원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과 수도권에서 진검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 지역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전략과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 대한 공세와 정책 경쟁을 병행중이다. 김 여사 문자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김 여사에 가려 원희룡이 안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자 꾸준히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나 후보는 결선투표를 기정사실화하며 2위 경쟁에 붙을 붙였다. 나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는 결국 2차 결선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동훈-원희룡 두 후보, 누가 되더라도 이 당은 파탄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는 ‘꼴찌의 기적’을 외치며 당의 화합을 해낼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