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합의 못 끌어내 아쉬워…제도개편 논의 필요”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은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에 결정된 것에 대해 “노·사·공이 모두 만족하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는 내년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5차 수정안)인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쳐졌다. 민주노총측 근로자위원 4명의 퇴장 속에 23명 중 14명이 손을 든 경영계안(1만30원)이 최종 결정됐다.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9일 9차 회의 최초 요구안 제시 때부터 4차 수정안까지 노동계의 요구안은 시간당 1만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1만1200원(13.6% 인상)→1만1150원(13.1% 인상)→1만1000원(11.6% 인상)→1만840원(9.9% 인상)으로 수정됐다.
경영계는 9860원(동결)→9870원(0.1% 인상)→9900원(0.4% 인상)→9920원(0.6% 인상)→9940원(0.8% 인상) 등으로 소폭 조정을 이어갔다.
4차 노사 수정안의 격차가 900원에 이르자 결국 노사 위원들의 요청으로 공익위원들은 ‘1만~1만290원’의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 위원들은 논의 끝에 각각 최종안을 내놨고 표결을 거쳐 경영계안이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이 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측 위원들은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구간이 터무니없다”며 투표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지난 5월 첫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선출된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중요한 결정사항이 (표결이 아닌) 합의로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심의 종료 뒤에 열린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마지막에 양측 안이 굉장히 좁혀졌음에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던 점”이라면서 “논의가 과열되다 보니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관련해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2일 최임위 전원회의에선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여부 표결과정에서 투표 자체를 저지하려던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일이 발생했다.
충돌직후 공익위원 측 운영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제도 근간을 흔들고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게 제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제도개편에 대해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다만 위원장을 맡은 이상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도 “주어진 제도에서 해야 할 역할은 당연히 하고 정부에 앞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해달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논의 막바지에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간격을 좁히기 위한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하한선인 1만원은 올해 최저임금(9860원) 대비 1.4% 오른 것이고 근로자 중위임금 60% 수준과 지난해 심의 당시 노동계의 최종 제시안을 근거로 한 것이다.
상한선으로 제시한 1만290원은 올해 대비 4.4% 인상안으로 올해 경제성장률(2.6%)과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0.8%)을 뺀 수치다. 상한선 근거의 경우 이전 심의과정에서 공익위원이 활용해 노동계가 비판해온 산식이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심의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께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최소한 경제성장률이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청이 있었다”며 “그런 논리에 입각해서 제안한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