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고령인구 1000만 시대 … ‘젊은 노인’ 계속 고용하자

2024-07-15 13:00:14 게재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7월 11일)을 하루 앞둔 10일, 대한민국 인구구조가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1000만62명)가 마침내 1000만을 넘어섰다. 이들이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 내년 상반기면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인구 비중은 전국 평균이 19.5%이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은 26.7%다. 17개 시도 중 이미 20%를 넘어선 ‘초고령 지자체’가 전남 경북 강원 전북 부산 충남 충북 경남 대구 등 9곳으로 절반 이상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 특징으로 흔히 세계 최저 저출산을 꼽는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세계 최고 속도 고령화다. 10년 전 2015년만 해도 고령인구는 677만명으로 전체의 13.1%였다. 2020년 850만에 근접했고, 2022년 900만을 넘더니만 1년 반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

고령인구 증가는 예견된 일이다. 저출생 고령화 여파로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을 정점으로 감소 행진이다. 올해 생산연령인구는 3633만명으로 5년 전보다 129만명 감소했다. 2030년부터는 해마다 50만명씩 줄어 2040년에는 3000만명 밑으로 내려간다.

5년 뒤 2030년 우리나라 중위연령은 50세를 넘어선다. 현 추세라면 향후 50년간 인구는 1500만명 감소하고,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사회가 급속히 늙어간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고령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 세운 고령사회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연령(60세)에 진입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은퇴연령 진입이 끝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로 2005~2023년 기준 중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p 하락했다.

2차 베이비부머 954만명 올해부터 은퇴

2차 베이비부머는 총 954만명으로 1차 베이비부머(705만명)보다 많다. 단일세대 중 가장 큰 집단으로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다. 절대수가 많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니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은은 60대 고용률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차 베이비부머 은퇴로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0.38%p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관건은 2차 베이비부머의 재고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경제발전이 본격화한 시기에 태어나 성장한 2차 베이비부머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정보기술(IT) 활용 능력도 뛰어나다.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에도 적응할 수 있는 양질의 인적자본이다. 2차 베이비부머는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은퇴 후 사회·문화 활동과 계속 일하겠다는 의욕도 강하다. 이들을 더 일하게 하는 것이 국가경제에도,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심각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200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 이후 60대 고용률이 급상승했다. 기초연금 개시 연령인 65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하면서 기업들에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에 기업들은 고령자 임금과 근로시간을 60세 이전 수준으로 유지할 의무가 없는 계속고용을 선호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계속고용 확대를 포함한 임금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생산직 근로자가 60세 정년 이후에도 본인이 원하면 1년 더 근무하는 ‘숙련재고용제’를 1년 더 늘리기로 했다. 생산직 계약 초봉 수준을 받고 총 2년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사로선 적은 인건비로 숙련 기술자를 확보할 수 있어서, 근로자는 퇴직 후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좋다.

현대차의 계속고용 실험은 저출생 고령화 파고를 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법정 정년 연장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이 커져 꺼린다. 인위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층 일자리 감소와 세대 갈등의 부작용도 잉태할 수 있다.

주목되는 현대차의 계속고용 실험

고령인력을 활용하려면 법적강제보다 사회 분위기를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긴요하다. 나이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보는 관행을 확립하고, 성과와 직무를 반영하는 합리적 급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계에선 이미 정년 제약이 느슨해졌다.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도로 올 하반기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지적한 ‘저출생 월드 챔피언’에다 ‘고령화 월드 챔피언’ 평판까지 듣도록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

가천대 겸임교수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