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지시로 쌀 옮긴 뒤 북한군에 총살 “유공자 아냐”
법원 “전투·교육훈련 중 사망했다 보기 어려워”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지시로 쌀을 옮기는 부역에 동원됐다가 북한군에 체포돼 총살당한 사망자는 국가유공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자녀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지시로 공용창고에 보관 중인 쌀을 옮겼고, 이후 마을을 습격한 북한군에 의해 부역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유족은 A씨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에 해당한다며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보훈심사위원회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거부 처분했고, 유족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심판 청구도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국가유공자법이 규정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사망한 사람’이거나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을 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1950년 10월경 6·25 전쟁에 참전했음을 확인하는 참전사실 확인서가 발급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전사하였다는 증명서가 아니다”면서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A씨가 6.25 사변 중에 사망하였다는 것 외에 ‘전투, 이에 준하는 행위’ 등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부 인우보증인은 A씨가 사망 수일 전 국군의 요청을 받고 마을 창고의 쌀을 옮겨주었으며 그로부터 며칠 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잡혀가서 처형당했다고 진술했고, 다른 보증인은 A씨가 교회 교인이라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A씨가 군부대나 경찰관서의 장에 의해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위해 동원 또는 채용된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