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이어 ‘댓글팀’ 2라운드…지지자들 몸싸움

2024-07-16 13:00:01 게재

원희룡 “드루킹 연상” 한동훈 “자발적 댓글”

드루킹 사건 상기시키며 ‘사법리스크’ 부각

“한동훈 배신자” 외치며 의자로 위협 난장판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으로 뒤덮였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번엔 댓글팀 공방에 휘말렸다. 각종 네거티브 의혹 제기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지지자들은 고성에 몸싸움까지 벌여 합동연설회장은 난장판이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우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댓글팀 논란은 사법 리스크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폭전대’라는 조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나란히 앉은 한동훈과 원희룡 국민의힘 한동훈ㆍ원희룡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15일 천안에서 열린 세번째 합동연설회에선 네거티브 공방으로 험악해진 각 후보 지지층의 감정이 고조돼 결국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이날 한동훈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일부 전당대회 참석자들이 “배신자”라고 소리쳤고, 일부 참석자는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던지려 시도했다. 이를 막으려는 당직자들과 다른 지지자들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연설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 후보는 연설을 잠시 중단하고 “제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 폭행하지 말아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고 한 후보는 연설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연단을 내려와야 했다.

이처럼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지지층의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 연설회의 주요 이슈 역시 네거티브 공세였다. 그 전엔 이른바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댓글팀 논란으로 옮겨갔다.

한 후보에 앞서 연설을 한 원희룡 후보는 ‘드루킹’ 사건을 거론하며 한 후보를 공격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한 후보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며 “여론조성팀,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내가 한 후보 여론조성팀에서 활동했다. 사실무근이면 나를 고소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원 후보는 이어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면서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 해도 이 중대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당대표직 수행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드루킹 사건은 2017년 대선 당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한 후보는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을 단 게 잘못인가”라며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팀을 운영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바로 반박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에서도 여당의 댓글팀 공방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에선 장 전 최고위원이 주장한 ‘한동훈 여론조성팀’ 외에도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도 ‘댓글팀’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진상파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23일 한 후보에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동훈 댓글 팀’을 증언하며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가 된다 한들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다 윤리위에 회부되고 당 대표 직무정지에 이어 결국 감옥에 보내겠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불법적인 여론조성팀 운영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 여론을 조작, 오도하는 반헌법적 범죄”라면서 김 여사 댓글팀과 관련해선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이 국민의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면 정권의 파멸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름으로 운영된 유튜브 채널과 한동훈 후보에게 과분한 별명을 간판으로 내건 채널이 (댓글팀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은 특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이 공세의 재료로 삼으면서 구체적인 사법 리스크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여권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한 지지층의 분열, 사법리스크로 비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에서 좋아할 의혹을 스스로 후보들 캠프 간에 던지면서 이것이 나중에 법적인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상호 비방을 멈춰야) 우리가 경선 후에도 한 마음 한 뜻이 될 수 있다”고 화합의 전당대회를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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