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만들자” “정부 안 먼저”…국회 연금개혁, 또 원점으로
21대 때 논의된 내용은 없던 일로
여야, 상대 탓 하며 시간 끌기만
연금개혁 논의가 2년 전 21대 국회 연금특위 만들기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국회에선 2022년 7월 연금특위 구성, 공론조사와 여야 협상, 협상 불발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격 제안, 그리고 여당의 거부 등이 이어지며 끝내 개혁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에는 언제 그런 논의가 있었냐는 듯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특위를 만들자”는 여당과 “정부 안 제시하라”는 야당의 무의미한 공방전만 도돌이표처럼 재연되고 있다.
17일 국민의힘 당 연금특위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상설 연금특위와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21대 국회 때 끝내 불발된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일단 특위라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21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그렇게 연금개혁을 서두르던 이재명 전 대표님, 연금개혁은 정쟁의 수단일 뿐이었냐”며 “민주당은 정부 탓을 멈추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수 여당 입장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움직여주지 않는 한 특위 구성은 물론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21대 국회 종료 직전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국민연금제도 상 수치 조정)이라도 먼저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가 거부당한 민주당이 여당의 이런 주장을 곱게 받아줄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가 여당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전향적인 결단을 통해 연금 모수개혁을 우선 실현하고 곧이어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이 ‘70년 갈 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무산시켰다”면서 “공론조사 및 여야 협상과 결단을 통해 어렵게 도출한 안을 정부가 거부한 만큼 정부가 연금개혁방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의 심의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특위라도 만들어 같이 논의해 보자는 여당, 논의할 안을 먼저 가지고 오라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또 시간만 흐르게 된 셈이다.
와중에 정부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개혁안 제출을 요청하는 야당의 요청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여야 간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연금개혁 논의는 당분간 공전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연금특위가 아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에 연금개혁소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 구조개혁안 가운데 시급하거나 논의할 만한 내요을 가져오라고 했다”면서 “정부 안을 논의하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로 소위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지켜봤던 인사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공론조사까지 하고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도 “21대 때도 여당이 주장해서 연금특위가 만들어졌는데 결국 안 되지 않았느냐”면서 “이번에도 특위 만들어봐야 시간끌기밖에 안 될 거라는 불신이 (야당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