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기 딱 좋은 권익위의 ‘타이밍’
윤 대통령 해외순방 간 후 ‘명품백 사건’ 종결
야당서 청문회 주장 시점에 ‘이재명 헬기’ 조사
국민권익위원회가 정치권과 관련된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미묘한 타이밍 때문에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익위에선 예정된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로 ‘건희권익위’라는 오명을 얻은 터여서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18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 조사통보 사실을 공개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권익위는 전날인 17일 ‘1월 2일 이재명 전 대표 흉기테러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이송과정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적은 공문을 천 의원실에 보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부산 일정 중 흉기를 든 남성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 전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천 의원은 당시 대표 비서실장으로 병원 이송 과정에 동행했다.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헬기 이송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권익위가 불법 특혜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권익위 조사 시점이다. 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총선 전에 조사를 종결했어야 했고 총선 때문에 못했다면 총석 직후라도 조사를 진행해야 했다”면서 “수개월 동안 가만히 있다가 ‘건희권익위’라는 비판을 듣고서야 조사하는 건 국면전환용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천 의원은 권익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김 여사 사건 종결과 관련한 권익위 청문회를 주도적으로 추진중이기도 하다. 권익위의 조사통보일인 17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천 의원은 “권익위가 명품백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해 신뢰가 많이 실추됐다”면서 청문회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당 소속이 윤한홍 의원이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어 청문회가 실제로 개최될 전망은 낮은 편이지만 권익위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천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국회 청문회를 주장하는 야당에 대한 보복성 조사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급기야 ‘건희권익위’는 제1야당 대표 테러 사건까지 정쟁으로 끌고 가 정권보위부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익위는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사건’ 신고의 건으로 조사하겠다는데 국회의원은 공직자 행동강령 직접 조사 대상이 아니다. 시기적으로도 사안으로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건 외에도 권익위가 김 여사 사건 종결을 발표한 날, 관련 의결서 전문을 공개한 날 모두 하필이면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해외순방을 나선 시점이었다는 점도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한 전원위원회 회의는 이미 정해져 있던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 의원 조사 통보 시점 관련해선 “의료진들에 대한 조사가 의료파업 등으로 늦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