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은 이용실태 기준으로”
공부상 ‘논’ 토지 수용 후 ‘도로’로 평가
토지가 수용된 주인들이 토지보상금을 둘러싸고 구청과 벌인 소송에서 추가 보상금을 받게 됐다. 토지보상금은 땅이 실제로 쓰인 용도를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단독 심웅비 판사는 김 모씨 등 토지 소유자 8명이 서울시 관악구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8명은 총 1억3000여만원의 보상금과 지연손해금을 국가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씨 등 8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토지 254㎡의 공동소유자다. 이 땅의 지목은 농지의 일종인 ‘답’(논)이지만 1973년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도로로 결정됐고 쭉 도로로 쓰여왔다. 이 중 일부는 도시관리계획 이전에도 도로로 쓰였다.
관악구가 이의재결까지 거쳐 책정한 손실보상금은 8억4000만원이다. 감정평가법인은 토지 35㎡는 도시관리계획에 의해 강제로 도로가 된 ‘예정공도 부지’로, 나머지는 스스로 설치했거나 타인의 통행을 제한할 수 없는 ‘사실상의 사도’로 평가했다. 사실상 사도란 도로법 등에 따른 법정도로가 아닌 개인이 소유한 도로를 의미한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라 ‘사실상의 사도’는 인근 토지 평가액의 ⅓ 밖에 보상받지 못한다. 예정공도 부지는 ‘그 외의 도로’로 간주해 인근 토지와 동일하게 가격을 평가한다.
김씨 등은 “토지들이 ‘답’으로 사용되던 중 도시관리계획 결정에 따라 도로로 결정돼 비로소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예정공도”라며 “공부상 지목에 따라 평가해야 하고 ‘사실상의 사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감정액과 이의재결 보상액 사이의 차액에 해당하는 추가 보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관악구는 “토지들이 1973년 12월 이전 미상 시점부터 ‘사실상의 사도’였기 때문에 도로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김씨 등이 소유한 땅 대부분이 사실상의 사도가 맞다고 판단했다. 늦어도 1968년부터 현재까지 수십년간 도로로 쓰인 점, 원래의 지목에 따른 용도로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다만 토지보상금은 1973년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때를 기준으로 약 20㎡는 실제로 답으로 쓰였던 점을 반영해 그만큼은 늘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