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은 역시 ‘팔기’가 어렵다
‘간편 비교’ 그리고 ‘보험료 절감’.
금융위원회가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포커스를 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핀테크사들이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UI)를 구현해 복잡한 보험상품을 알기 쉽게 비교해주고,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보험을 찾아 가입한다. 그렇게 되면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고, 소비자는 불필요한 보장을 줄이고 더 저렴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이 서비스는 출발했다.
지난 1월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필두로 시작된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6월 저축보험, 7월 해외여행자보험, 펫보험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비교 추천 목록에 새로운 상품군이 이름을 올릴 때마다 핀테크사와 보험사간 수수료율 논란, 보험사의 저조한 참여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진통을 겪으면서 이 서비스가 목표했던 ‘간편 비교’와 ‘보험료 절감’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려는 시도인 건 알겠는데 왜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까.
당국이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한 보험업계 관계자가 “보험다모아가 있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게 기억난다.
지난 2015년 금융위는 다양한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한곳에서 비교·조회하고, 가입까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를 선보였다.
당시 금융위는 보험다모아를 출시하며 소비자 접근성 및 비교 가능성 제고, 온라인 보험 활성화와 보험회사간 가격경쟁 촉진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기시감이 드는 부분이다. 보험다모아라는 말 대신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넣어도 될 법하다. 이 보험다모아는 지금도 운영 중이며 현재 플랫폼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많은 상품군이 비교되고 있다.
과연 비교가 잘 되지 않아서 문제였던 걸까. 보험은 아프고 다치고 죽는 것을 대비하는 상품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우울한’ 리스크를 스스로 예상해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설계사 위주의 ‘푸시(push) 마케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부실한 상품 비교나 허술한 UI가 보험 가입의 주요 걸림돌이었다면 디지털 보험사가 처음 나왔을 때 카카오뱅크처럼 돌풍을 일으켰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당국은 플랫폼 비교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가 주도해 보험을 선택하는 ‘풀(pull) 마케팅’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렇게 쉽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푸시 없이 팔기가 어려운 상품이기 때문이다.
박소원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