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취업난 속 이공계 진학 늘어
‘과학인재 육성’ 정책에 고임금 일자리 기대
중국 정부가 과학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전도유망한 일자리를 꿈꾸는 이들이 공학 전공으로 몰리고 있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취약한 고용 흐름 속에서 정부가 기술 자급자족 캠페인을 벌이면서 많은 대학 입학자들이 과학 및 공학 분야를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18세의 에본 왕은 영어 교사를 꿈꾸며 자랐지만 지난달 말 대학 지원을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공학 전공은 더 높은 취업률과 더 나은 급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교육과 취업 선택은 정부 정책과 긴밀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면서 “현재 국가 전략은 ‘과학과 교육을 통한 중국 부흥’이기 때문에 공학이 주류”라고 강조했다.
에본 왕의 학교에서는 졸업생의 약 70%가 이공계를 선택했다. 이는 정부가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분야에서 고임금의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자오핀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 연봉 50개 전공 순위에서 여러 공학 분야가 41개를 차지했다. 나머지 자리는 과학과 경영학이 차지했으며, 인문학 학위는 없었다.
고등교육 조사기관 마이코스(MyCos)는 취업률, 급여 및 직업 만족도 등을 계산해 매년 대학 전공 순위를 발표하는데, 상향 이동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전공은 모두 공학과 관련 있었다.
컨설팅회사 아이미디어(iiMedia)가 발표한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공학, 과학, 경제학은 대입시험 응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위 3개 전공이었으며 예술, 농업, 철학은 인기가 낮은 분야였다.
아이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공학, 기계공학, 화학, 회계, 전자정보 및 컴퓨터 사이언스 등의 학위를 받은 졸업생은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신질 생산력’에 부합하며 졸업 후 국영 기업에 입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둥성의 중학교 교장 데이비드 원은 교육정책과 취업시장 모두 젊은이들로 하여금 공학과 과학 전공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 학문, 특히 과학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많은 학부모들은 수학, 물리, 생물 과외 수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전국의 교육기관은 이러한 과목에 대한 자체 강좌를 개설했다.
하지만 올여름 1179만명의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뛰어들면서 현재 고용 상황은 암울한 상황이다.
광저우에 사는 23세의 리잉은 “명문 대학에서 구강내과 석사 학위를 받은 친구가 있는데 그는 대도시 공립병원 취업에 실패했다”면서 “그 친구는 작은 병원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서 일본으로 가서 박사 학위를 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졸업한 리는 국영 기업의 파견직으로 고용돼 한달에 5000위안(약 95만원)을 벌고 있다. 매스커뮤니케이션 학위를 취득한 리는 대회에서 우승하고 장학금도 받았지만 취업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역풍이 거세짐에 따라 사람들이 학업에 대한 흥미와 취업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21세기교육연구소 슝빙치 부소장은 “전공을 선택할 때 취업률이나 급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많은 중국 학생들은 명확한 계획이 부족한데 이는 공부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기본 교육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분야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확고한 관심과 더 깊이 탐구하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