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공동체” 외친 윤 대통령, 국정 험로 예고
“수고했다” 한동훈과 통화 … 만찬엔 낙선자 동석
특검대응 교통정리 관건 “참모들 가교역할 중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당정화합·단결을 말했지만 당장 채 상병 특검 등 쟁점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다. 감정의 골도 여전히 깊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23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당정 간 화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당정이 원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할 때 국민께서도 더 큰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선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한 대표는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수고했다”며 “잘 해보자”는 취지로 격려했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대표 선출을 전후해 계속 미묘한 거리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가 뽑히던 지난해 3월 전대 축사에서 “앞으로 새롭게 선출될 국민의힘 지도부에 우리 모두 다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고 하는가 하면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전대 직후에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별도 브리핑을 통해 새 지도부 선출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올해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새 지도부에 대한 축하나 기대를 표하는 대신 “우리 당의 주인은 누구냐. 바로 당원 동지 여러분”이라며 지도부보다 당원을 향해 단결의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전대 후 대통령실 차원의 축하 메시지도 없었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해오던 새 지도부와의 만찬도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 등 여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한다. 그런데 이날 만찬에는 여당 새 지도부, 퇴임하는 지도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낙선자들도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전대 후 만찬에는 전현직 지도부만 초청했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온다. 고위관계자는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서 책임있는 자리이고 최고위원회도 있는 만큼 경솔한 판단으로 인한 당정갈등은 없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감정의 골은 전대가 끝나도 메워지기 힘들 것”이라며 “당정 참모들의 유연한 가교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당장은 표면적인 갈등을 자제하겠지만 얼마 안 가 채 상병 및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화합과 갈등 사이에서 기로에 놓이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 대표는 이미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제3자 추천’을 대안으로 걸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여사 검찰 조사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23일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특검 거부 명분 약화를 시사했다.
여권 관계자는 “향후 쌍특검을 놓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둘 다 수용을 거부할 수 있다”며 “교통정리가 될지 균열이 시작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