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제동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투자 위험 상세 설명”
금융감독원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업재편의 투자위험요소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공시를 통해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15일 제출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와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받았다는 측면에서 소액주주들과 외국인투자자들의 반발이 크게 일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잇따랐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22일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엄격 심사 (정정 요청)를 촉구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번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 및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요소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중 로보틱스 주식의 실적 대비 고평가 상태 및 향후 변동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하고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 부회장은 “이런 부실 기재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의 중요한 사항 누락에 해당한다”며 “금융감독원은 로보틱스 주식의 실적 대비 고평가 상태 및 향후 변동 가능성에 대한 위험이 핵심 위험이라며 다른 사업상 위험 이상으로 상세히 명시하도록 하고, 핵심투자위험 최상단에 배치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와 같이 지배주주의 전횡이 존재하고 모자회사의 이중상장이 일반화된 현실에서는 합병 등 계열회사 간 거래 때마다 일반주주 이익 침해 논란은 사그라들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는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까지 확대하는 방안, 나아가 이중상장 문제의 해소 방안 등 새로운 법제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