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러브샷’했지만…대화·합의 이어질까
윤 “한동훈 도와줘야” 한 “정부 성공 위해 노력”
대통령실 “갈등 없다” … 대표 당내견제 자신감
용산·친윤 판단 국민여론과 괴리 시 균열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새 대표와의 첫 만찬을 화기애애하게 끝냈다. 구체적인 현안에 관한 논의는 없었던 대신 화합이 강조되고 덕담이 오갔다. 대통령실은 당정관계가 매끄럽게 흘러갈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특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판단이 국민여론과 괴리될 경우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용산 “당에서 조율된 의견 반대 안해” =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어제 만찬을 계기로 당정관계는 한층 매끄럽게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당정이 충돌할 우려에 대해서도 “상식과 순리에 따르면 갈등이 벌어질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실은 당에서 조율된 의견을 꺾거나 반대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낙관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법 전문가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공수처 수사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대동소이한 법리적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검사 출신인 만큼 사건의 결론에 대한 판단도 완전히 다르진 않을 것”이라며 “특검에 대한 입장차이도 합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봤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에 대한 당내견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구성에서 친윤계 비중이 과반을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내 여론전에서 한 대표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저지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후 “목표가 같은 사람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이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그 이견을 민주적인 토론과 합리적인 대화로 해소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정답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윤 대통령과 모든 판단을 똑같이 하리라 볼 수는 없다”며 “이미 정치인으로 진로를 정했고, 윤 대통령이 실패한 대목들을 지켜봐 온 만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윤 대통령과 용산이 국민여론과 괴리된 입장을 취할 때는 이를 명분으로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윤-한 추후 독대키로 = 한편 앞서 24일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대표 경선 출마자들, 주요 당직자들을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공식적인 식사 자리는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1월 29일 오찬 이후 거의 6개월 만이다. 한 대표는 총선이 끝난 4월 중순 윤 대통령의 식사 제안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한동훈 당 대표를 비롯해 여러분 모두 수고 많았다.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어 신임 지도부에게 “우리는 다 같은 동지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실 수석들과 바로바로 소통하시라”고 주문했고, 한 대표에게도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 똘똘 뭉치자”고 말했다.
당 대표 출마자였던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당정의 결속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우리 모두 대통령의 수석대변인이 되자”고 했고, 윤상현 의원은 “대화하고 배려하고 격려하자.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모두의 성공이다”라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도 “우리는 하나되는 원팀”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같이 식사하고, 술도 마시고, 상갓집도 가며 친밀하게 스킨십이 있어야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한 대표를 모시고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상갓집도 가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약 두 시간 가량의 만찬 후 윤 대통령은 “다음에 또 오시면 더 좋은 메뉴로 대접하겠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추후 독대 일정도 따로 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김기현 대표 선출 당시에는 당정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대통령과 당대표가 월 2회가량 정기회동을 가지기로 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정기적인 만남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이 화답하는 방식이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