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정서로 당선된 한동훈…“어부지리 정치 벗어나겠다”

2024-07-25 13:00:06 게재

국민의힘 새 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의

“민주당 추진 채 상병 특검법 단호히 반대”

김재원 김민전 ‘친윤’ 견제구 등 험로 예고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자강’을 강조했다. 상대방이 망하길 기다려 이득을 보는 ‘어부지리’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힘 스스로 유능해져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63%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당대표로서 밝힐 만한 야심찬 포부지만 앞길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존 주류로 분류되던 ‘친윤’ 최고위원들이 정치현안을 놓고 각을 세우는 등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25일 한 대표는 “상대가 못 하길 바라는 정치, 상대가 못 해서 운 좋게 이기려는 어부지리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자강’하겠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 출범 후 국회에서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한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강조했던 국민 눈높이에 반응, 유능한 정당, 외연확장 등 3대 변화 방향도 거듭 밝혔다. 변화의 동력은 민심과 당심이다.

한 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이 똑같이 63%의 지지를 주셨다. 이 압도적 숫자의 의미와 당심이 민심과 같았다는 사실을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민심과 당심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 국민의힘을 개혁하고 정치를 개혁해서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다시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기 위해 시급한 정책으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제시했다. 한 대표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뉜 진영 구도 하에서도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데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34.6%, 반대하는 여론이 43.2%”라며 “민심을 따라 민생 정치를 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라는 시점을 선택한 의도는 전대 직후 남은 감정들 때문에 국민의힘이 분열할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은)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법이고 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무소불위 법률”이라며 “민주당의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항하는 '단일대오'를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지도부 내에선 벌써부터 ‘흔들기’ 조짐이 역력하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제시한 제3자 추천 특검법 관련해 “이것은 원내 전략에 해당하는 것이고,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비슷한 결의 입장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당대표라고 해도 국회 운영에 관해서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침범할 수도 없고 당대표의 의사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후 이렇다할 ‘허니문’도 없이 지도부 내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선 불안해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 때 떠돌던 김옥균 프로젝트까지는 아니어도 한동훈을 곱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가 의외로 유연하게 대처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립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중진의원은 “한 대표가 63%의 지지를 받았다는 데 너무 심취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최고위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특검법 사안도 이미 기존에 당론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에서 당대표가 된 후에는 원내대표와 협의를 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최고위원도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주장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졌음을 강조하며 입장 변화를 예고했다.

장 최고위원은 25일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은 오늘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 다른 전략으로 간다고 한다”면서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우리가 나서서 제3자 특검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간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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