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종료투표→법안통과…4박5일 ‘도돌이표’
방송4법 중 방통위법 첫 상정 … 무제한토론 돌입
국민의힘 최형두 박대출 이상휘 등 반대토론
“방송지배구조 집착” vs “방통위 2인체제 편법”
여야가 4박5일간의 필리버스터 대치정국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 중 가장 먼저 본회의에 상정된 방통위법을 놓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24시간 후 필리버스터 종료→법안 통과→다른 법안 상정→필리버스터 재개 및 24시간 후 종료→법안 통과 등의 과정이 방송4법이 모두 통과될 때까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들이 모두 통과돼도 어차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주는 무한대치 정국이다.
25일 오후 5시30분쯤 시작된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26일 0시경까지 이어진 6시간 30여분 반대토론 동안 최 의원은 민주당의 방송지배구조 집착을 비판했다.
최 의원은 “지난 1개월간 국회 상임위 활동을 해보니 99%는 방송지배구조에 매달려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회에서 이걸(방송지배구조) 가지고 다투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구성에 대해선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이 1명을 추천해서 대통령이 추천한 2명과 함께 5명을 만들면 민주당이 이 법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4명 이상이 모여 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격으로 마치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현 부위원장이 자의적으로 하는 것인 양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현재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총 5인 중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에선 한준호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섰다. 한 의원은 방통위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며 “방통위 5인 체제를 2인 체제로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방지하자, 앞으로 일어날 수 있으니 이 5인 체제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박대출 이상휘 의원이 반대토론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꼬집으며 “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 그 사회는 원시적 사회”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시작한 지 24시간이 되는 26일 오후 5시반 이후 토론 종결 표결을 거쳐 종료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 종료 이후엔 방통위법 개정안이 표결에 부쳐지고, 나머지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같은 과정을 거쳐 차례로 통과될 전망이다. 4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필리버스터 시간을 고려해 4박5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토요일인 27일에는 민주당의 전당대회 일정과 겹쳐 하루 더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간 무한 대치 정국을 보며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에선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무제한 체력 아니면 무제한 오기를 보는 것 같다”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법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이어간다기보다는 체력전을 벌이며 오기 싸움만 한다는 비판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