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신탁제도 재정비 필요
신탁대상 재산, 위탁자 증가
최근 ‘사망보험’ 허용돼
‘상해·질병보험’으로 늘려야
‘종합재산신탁’ 수요 높아져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노후자산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치매 노인 및 고령층에 대한 종합재산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탁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험연구원이 낸 KIRI리포트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지식이 취약한 고령층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은 금리・물가 변동과 같은 거시경제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 향후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탁계약이란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의 3자 계약구조로 운영되는 금융상품으로,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영되는 퇴직연금을 예로 들면 회사(위탁자)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금융기관(수탁자)이 이를 운용해 그 성과를 근로자(수익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형태다.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함께 치매 고령자 수의 증가는 신탁 대상 재산 및 위탁자의 증가 등 신탁시장 규모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재산은 2023년 39조원으로, 2018년 20.6조원 대비 8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인구수는 2016년 66만명, 2024년 100만명 수준에서 2050년 3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치매로 인한 재산관리의 어려움은 신탁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신탁수요 증가는 금전신탁뿐만 아니라 재산신탁을 포함한 종합재산신탁의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재산신탁이란 하나의 계약으로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특수재산 등 여러 재산을 통합 관리 및 운영할 수 있는 신탁업으로, 여기에는 유언대용신탁, 증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이 포함된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회사(수탁자)에 현금·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고 살아 있을 때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할 수 있는(수익자와 사후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음) 형태를 말한다.
최근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통해 일반사망보험에 한해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허용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탁 형태는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특정금전신탁,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신탁 등 투자성 및 실물 재산을 중심으로 신탁이 가능했으며 보험금청구권과 같은 보험성 재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미국이나 일본은 생명보험신탁이 일반화돼 있는 등 신탁재산의 허용범위가 포괄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투자성 및 실물 재산을 중심으로 신탁을 허용해 왔는데 보험금청구권의 신탁 범위를 추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탁재산 유형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특정금전 44.8%(587.2조원), 부동산 36.9%(483.3조원), 금전채권 16.4%(215조원), 기타(유가증권 등) 1.9%(25.2조원)로 특정금전신탁의 비중이 가장 높다.
보고서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사망보험뿐만 아니라 상해・질병보험에 대해서도 보험금청구권의 신탁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치매 노인 및 고령층에 대한 종합재산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탁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보험회사의 적극적 신탁업 참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근 교보생명이 재산신탁업을 인가받음에 따라 보험업권에서는 생명보험회사 5곳(미래에셋, 삼성, 한화, 흥국, 교보)이 종합재산신탁이 가능하고, 손해보험회사 2곳(삼성화재, KB손해보험)은 금전신탁에 참여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