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도 안 됐는데…“노란봉투법 거부권 요청”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경제6단체 면담
경총 “근로자 일자리 잃는 사태로 번져”
경제6단체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을 요청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아직 국회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거부권 자락깔기에 나선 것이다.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 야당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도돌이표 정국이 상시화되자 재계는 서둘러 거부권부터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국회에서 추경호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일명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영계는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노란봉투법 때문에 매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며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해 일단락되길 바랐는데, 금년에 다시 법안이 상정돼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남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추진됐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손 회장은 법안과 관련해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기업계에 매우 큰 문제가 생긴다. 훨씬 더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태까지 번질 수 있다”며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의 적용 대상을 불명확한 개념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원청이 많게는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 형편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은 불법행위 가담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가담자의 직책, 사유,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며 “연대책임을 없애고 개별적으로 입증하라고 한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어 산업현장에 불법파업이 만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개정안에 대해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냐”면서 “국민의힘에서는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개정안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법의 문제점 때문에 대통령 재의요구로 폐기된 법안”이라며 “(야당은) 더 개악된 법을 상정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뿐만 아니라 법률 간 상충 우려도 크고, 산업현장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야당이) 법안을 강행해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이 법이 절대 현장에서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단체에서도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강화해달라”며 “국민께도 이 법의 부정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다수의 힘으로 통과되는 일이 없도록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