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6일 ‘바보들의 행진’ 종료…남은 건 빈손

2024-07-30 13:00:01 게재

방송4법 놓고 111시간 필리버스터 … EBS법 등 모두 통과

거부권 등 도돌이표 정국 지속 … “차라리 티메프 밤샘토론을”

엿새째 이어진 방송4법에 대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30일 오전 종료됐다. 총 111시간의 토론으로 역대 두번째 기록을 세웠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어차피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올 법안이라는 점에서 체력소모 이상의 의미가 있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8월에도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맞서는 대치 국면이 기다리고 있어 국민들의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 된 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선 민주당이 주도한 방송4법 중 마지막 법안인 교육방송공사(EBS)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방송통위원회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을 포함한 방송4법 모두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4개 법안 상정 때마다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총 111시간 토론이라는 역대 두번째 기록을 세우고 종료됐다.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에 진행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192시간)다.

EBS법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0시반쯤부터 약 8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기도 한 정 의원은 초등6학년 교과서를 꺼내 읽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태도에는 양보와 타협, 관용, 비판적 태도가 있다”면서 “우리는 192석을 갖고 있으니 108석 가진 너희는 입 닫고 있으라는 (민주당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에 앞서 반대토론을 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3시간12분간 토론을 진행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직전 최장 기록 보유자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관련해 12시간 47분 동안 토론했다.

김 의원은 “EBS 펭수, 뽀로로에 무슨 정치적 편향성이 있느냐. EBS는 건들지 말라”면서 “EBS는 지금 이사를 늘리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재정지원 확대, 다양한 프로그램을 넓히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주장했다.

방송4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거부권이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던 방통위법 제외한 방송3법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방송4법 모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는 법안은 채 상병 특검법 이후 4번, 전체 거부권 행사는 20번에 육박하게 된다.

국민의힘도 거부권 행사 건의를 재차 공식화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EBS법 표결 때 퇴장한 후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민주당의 방송장악4법 강행 폭주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돼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단독 법안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국회가 지속될 것인을 예고한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같은 국회 모습에 대해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29일 내일신문에게 “솔직히 티메프 사태를 놓고 국회에서 밤샘토론같은 걸 하면 국민들도 일 좀 하네 할 텐데, 우리도 그런 거 하고 싶다”라면서도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몰아가는데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한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방송 4법’ 처리와 관련해 “야당 단독 통과가 아닌 여당 단독 반대”라며 파행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박 직무대행은 30일 EBS법 통과 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일부 언론에서는 야당 단독 통과라고 표현하는데, 8개 원내정당 중 7개 정당이 참여해 압도적으로 통과시켰으니 여당 단독 반대 아닌가”라며 “여당 단독 반대라 표현하는 것이 상황과 본질에 가장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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