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피해 합의 10만건’ 은행 배상 진전…제재 속도낼 듯

2024-08-01 13:00:02 게재

“배상 통한 피해회복시 제재·과징금 감경 사유”

불완전판매 규모에 따라 조단위 과징금 가능

금감원, 금융위와 과징금 부과기준 쟁점 논의

배상 통해 전체 피해액 줄면 과징금 감액될까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은행들이 피해 투자자들과 합의한 배상 건수가 10만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제시한 자율배상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의율이 70% 가량 되는 등 배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당국의 제재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내일신문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을 통해 확인한 이들 은행의 홍콩 ELS 손실확정 계좌는 14만3316건으로 이중 지난달 30일 기준 자율배상에 동의한 계좌는 9만9856건(69.6%)이다. SC제일은행(지난달 19일 기준)을 포함할 경우 손실확정 계좌는 14만9841건, 자율배상에 동의한 계좌는 10만4937건으로 동의율은 70.0%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홍콩ELS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제재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1일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5대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의 자율배상 동의율이 75.0%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72.8%)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은행들의 동의율은 40~60%다.

투자자 분쟁 분야의 한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안에 기초해 은행이 제시하는 배상안을 받아들이는 게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배상안보다 더 높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오히려 법적으로 책임을 엄밀하게 따지면 배상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는 은행이 제안한 배상안이 분쟁조정안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묻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준에 맞게 배상 합의가 이뤄지는지 금감원도 들여다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9일 자율배상 동의 건수가 5만5565건이었지만 지난달 30일 6만3152건으로 11일 만에 1만건 가까이 증가하는 등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배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자율배상 동의 건수는 1만493건에서 1만7327건으로 7000건 가까이 늘었다. 다른 은행들도 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자율배상 결과를 반영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한만큼 은행의 배상 과정을 계속 확인해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말 “기관 제재, 과태료 및 과징금이 어떻게 될지 신경이 쓰일텐데 원칙이 과거 잘못에 대해 금전적 배상한다고 없앨 수 없지만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자에게 원상회복한다면 원론적으로 제재, 과징금의 감경 사유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국은 현재 은행들에 대한 제재 조치안을 작성 중이다. 조치안이 마련되면 내부의 제재심의국 심사를 거쳐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제재가 확정될 예정이다.

금감원 조치안에는 은행의 자율배상 규모 등을 고려하는 한편, 최종 배상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예상 수치 등을 포함해 판단한 제재 수위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심의국 심사가 끝나면 은행들에게 제재 사전 통지가 진행된다.

관심은 과징금 부과 규모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법정부과한도는 불완전판매액의 50%다.

은행과 증권사 12곳이 2021년 이후 판매한 홍콩ELS 규모는 19조3000억원 가량된다. 이 중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된 금액은 약 1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불완전판매 비율이 30%라고 가정하면 법정부과한도는 약 2조5650억원에 달한다.

다만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100%,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75%,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일 때 50%다. 법정부과한도에서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줄어들 수 있다.

또 과징금 부과가 법위반의 방지 또는 제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중·감경 사유 조정 후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최종적으로 감액할 수 있다.

금감원은 과징금 부과와 관련된 금소법 적용 쟁점 등과 관련해 금융위에 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제재를 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법적용 해석에 관한 내용을 반영해 과징금 부과 규모를 산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율배상 결과에 따라 피해규모가 줄어들면 과징금의 감액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위반 행위의 정도 역시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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