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만큼 중요해진 고용…전문가들 “금리인하 임박”

2024-08-01 13:00:03 게재

파월 “물가·고용목표 균형 추구 … 조건 맞으면 9월에 인하 논의”

비둘기 연준’에 뉴욕증시 오르고 채권금리 하락 … 국제유가 급등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임박했다고 내다봤다. 7월 FOMC는 성명서를 통해 물가만큼 고용이 중요하다며 물가와 고용에 대한 평가 변화를 나타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에 시장은 반색하며 뉴욕 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다만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제 금 시세와 국제 유가는 크게 올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 31`일(현지시간) 개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장 기대에 화답한 파월 = 한국시간으로 1일 새벽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오고 있다며 여러 조건이 만족될 경우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의 섣부른 기대를 제한하기 위해 추가 데이터 확인을 강조했지만,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시장이 현 수준에 머문다면 9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증(test)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 지표 등 특정한 데이터 한두 개 발표에 반응해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FOMC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 표현을 삭제하고 “두 정책 목표(물가 및 고용안정) 양측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는 문구로 수정하면서 고용시장을 이례적으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명서에서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와 고용의 하방 리스크가 균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파월의 기자 회견에서는 고용의 하방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월은 11월 미국 대선에 대해 파월은 “정치적 문제와 통화정책이 독립적”이라며 “연준은 경제지표와 전망을 기반으로 정책을 결정하며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와 기자회견에서 파월의 초점은 ‘늦지 않게 인하에 나서겠다’는 메시지 전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변수는 '고용' =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변수는 고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에서 시작되어 고용으로 끝난 7월 FOMC 회의”라고 평가하며 “7월 FOMC 성명서와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 둔화’ 강조를 통해 충분히 금리인하 시그널을 던져주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4.1%로 상승한 미국 실업률은 7월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인데, 이는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자연실업률(4.2%)에 근접한 상태라 금리 인하를 마냥 미루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노동시장은 크게 취약한 상태가 아니며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은 낮지만 노동시장의 냉각 우려로 미 연준은 오는 9월과 12월에 각각 25bp씩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환호 = 9월 금리인하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여겨왔던 시장은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발언’에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9.46포인트(0.24%) 오른 40,842.7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5.86포인트(1.58%) 오른 5,522.3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51.98포인트(2.64%) 오른 17,599.40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금리 결정에 앞서 발표된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7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4.8%로 2021년 8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았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높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12.8% 급등 마감해 이달 들어 이어진 약세 일부를 만회했다. 애플(1.5%), 메타(2.5%), 아마존(2.9%) 등 주요 기술주도 강세로 마감했다. 메타는 이날 장 마감 후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4%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클라우드 부문 실적 실망에 1.1% 하락 마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에 미 국채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귀금속·원자재 시장은 이날 파월 발언과 아울러 중동 확전 우려에 크게 반응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3시 21분께 전장보다 1.2% 오른 온스당 2437.39달러에 거래됐다. 파월 의장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와 더불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커진 게 금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9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28달러(4.26%) 올랐다. 하루 상승 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었던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0.7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09달러(2.66%) 올랐다.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암살’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더불어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소식이 이날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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