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침체 우려 심화…나스닥 2.3% 급락
제조업 8개월 만에 최저 … 실업수당 1년 만에 최대
금융시장 불황 공포 확산 “7월에 금리 내렸어야” 지적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7월 제조업 지수가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년 만에 최대로 나타나는 등 경기둔화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불황 공포가 확산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7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것에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21% 떨어지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7%, 나스닥지수는 2.30%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9월 금리인하 시사 발언으로 달아올랐던 주식 시장이 하루 만에 차갑게 식어버린 모습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에 경기침체가 먼저 도래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일으켰다.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고 지난달 48.5보다도 낮았다. 이는 4개월 연속 확장의 기준 50선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신규 주문과 생산·고용이 급락했다. 특히 고용지수가 43.4로 전달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점이 공포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ISM 측은 6개 대형 제조업 섹터 중에 고용을 확대한 곳이 단 1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표에서도 고용시장 악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7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간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7월 14~20일)는 187만7000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9%대로 하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은 전날 큰 폭 하락에 이어 당일에도 10.8bp 내리면서 4.15%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주도 급락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6.7%), AMD(-7.4%), 마이크론(-7.6%) 등 주요 반도체주들이 동반 폭락세를 기록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1%대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5.5%)은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시간 외 거래에서 19%대 폭락 중이다.
이날 투자자 공포를 나타내는 CBOE 변동성 지수는 19.48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토머스 라이언은 “제조업 위축으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며 “고용 악화로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전환이 너무 늦었다는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0.50%p 금리인하 확률은 이날 마감 무렵 27.5%까지 뛰었다. 전일 대비 13%p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p 인하할 확률도 32.9%로 반영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