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막기 위해 ‘에스크로 결제’ 강화될 듯
금융기관에 결제대금 예치 후 판매자에 지급
‘상품 단순 중개’ 플랫폼도 적용 의무화 전망
대규모 미정산 문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도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도입이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대금을 유용할 수 없도록 정산 과정을 외부화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최근 낸 ‘티메프 사태로 보는 결제업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금융이 본업이 아닌 비금융사업자가 결제 및 판매대금을 관리해 대금 유용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길었던 정산 주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 규제 방향성 역시 이 문제점을 안건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은행 등 신뢰성 있는 기관에 정산 대금 예치를 맡기는 에스크로 의무화와 △금융과 비금융을 분리해 내재화된 정산의 외부 대행 가능성 △오픈마켓 및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 단축 등의 방안 등을 개선안으로꼽았다.
에스크로는 금융기관 등 공신력 있는 제3자(결제대금예치제공 사업자)가 소비자의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있다가 상품배송이 완료되면 그 대금을 통신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선지급식 통신판매를 할 때 소비자가 에스크로를 이용하도록 하거나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티몬과 위메프 등은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중개업자인 플랫폼으로 해석되며, 통신판매업자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급하거나 △일정 기간 분할돼 공급되는 재화 등을 구매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에스크로나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의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고객 돈을 쌈지돈처럼 쓸 수 있는 ‘그림자금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도 에스크로 도입이 의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산 주기의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유통업자는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해야 한다. 하지만 물품을 직접 판매하는 유통업자와 달리 단순 중개만 하는 플랫폼의 경우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플랫폼(전자상거래업체)들은 판매자와 자율 협약을 통해 정산 주기를 정하고 있다. 통상적인 정산 주기는 구매 확정 후 1~2일가량이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40~60일가량으로 매우 길었다.
보고서는 “정산 주기와 관련해서는 지난 2020년과 같이 오픈마켓, 배달업체에 대한 대규모유통업자 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판매자의 정산대금 보상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지원이 필요하며, 소비자의 결제대금 보상과 관련해서는 가맹점 리스크를 관리하는 PG사의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당국 추산 5월 기준 티메프의 미정산 금액은 약 2100억원 수준이며 6~7월 미정산 금액이 더해지면 피해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한 만기 연장과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약 5600억원의 자금을 판매자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