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ESS시장, 중국 독주<2030년 47% 차지> 무방비
한전 “2~10위 국가 설비규모 합계와 비슷” … 기술력 토대로 가격경쟁력 확보
세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방정부의 육성정책, 산업·가격경쟁력, 기술력 등이 주요인이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은 7일 ‘중국의 ESS 성장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ESS 시장규모는 2023년 120억달러(약 17조원)에서 2030년 600억달러(84조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기간 누적 설비규모는 89GW에서 783GW로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의 ESS 설비규모가 2023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며 “2030년 전 세계 ESS 설비용량의 47%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23년 한 해에만 2022년 누적용량(11GW)의 2배인 22GW의 ESS를 신규 설치했다.
2030년 중국의 ESS 설비규모는 2023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335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10위 국가(지역) ESS 설비규모 합(약 340GW)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ESS 성장요인에 대해 △지방정부 정책 △산업경쟁력 △가격경쟁력 △기술 포트폴리오 등 4가지 부분에 주목했다.
우선 중국은 중앙정부의 ESS 보급목표와 별도로 각 지방정부가 ESS 설비 보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2025년 ESS 보급목표 총합은 80GW에 달한다. 지방정부들은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ESS 설비 의무 비중을 2021년 6%에서 2023년 10~12% 수준으로 높였다.
또 중국은 ESS 산업의 상류(원료)부터 중·하류(소재·제조)까지 전 부문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산업생태계가 확장됐다. 핵심광물인 리튬(65%) 코발트(75%) 흑연(98%)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제련되고,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는 90~98%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미국 유럽 등 주요 경쟁상대 대비 높은 수준의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2023년 중국 ESS(LFP 2hr turnkey 프로젝트 기준) 평균가격은 kWh당 187달러로 미국(376달러)·유럽(328달러)의 50~57%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경쟁력과 공급망에 대한 비교우위로 가격 경쟁력 우위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ESS 기술 포트폴리오도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기존에는 한국과 일본기업의 삼원계(NCA, NMC) 배터리가 ESS 시장을 주도했으나 중국기업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LFP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LFP 배터리는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과 함께 가격경쟁력과 높은 안정성을 앞세워 전기차와 ESS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중국 CATL과 BYD 양사의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삼원계(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LFP 배터리는 양극재로 리튬 인산철(Li-FePO4)을 사용한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기업들의 LFP 배터리 양산 지연으로 당분간 중국기업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