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미숙한 부동산정책, 꼼짝 않는 시장
8월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000건을 넘어서더니 8월에는 1만건이 예상된다고 한다. 가격은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잠실과 강동쪽 신축 단지에서 시작된 상승 바람이 서측까지 옮겨 붙어 동작구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7월에 계약된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34평형 가격은 2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5000가구 대단지인 잠실 엘스보다 더 높은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절정기로 꼽히는 문재인정부 시절(2017~2022년)을 따라잡았다. 문재인정부 때 전국 신·구축과 비아파트까지 가격이 오른 반면 최근의 급등은 유독 신축 아파트 단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방 미분양이 여전히 증가하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윤석열정부는 부동산가격 급등이 공급부족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신축 공급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보면 과열을 냉각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숙한 부동산정책이 오히려 부동산자금을 더 팽창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2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스트레스 DSR 적용 금리(2024년 9월 1일~2024년 12월 31일)는 0.75%로 조정된다. 이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에 적용되는 가중치가 25%에서 50%로 상향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정부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시기를 2개월 연기했다. 신축 단지들은 앞다퉈 시행 전 잔금대출을 받도록 입주를 앞당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영끌’ 2세대가 등장한 배경이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24년 5월 기준 10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가계부채는 2020년 2000조원에서 올해 1분기말에 2250조원까지 늘었다.
섣부른 신축 빌라 공급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로 단독다세대 거래가 막히자 내집마련 사다리가 없어졌다며 빌라 공급대책을 마련했다. 1주택자가 신축빌라를 사면 주택수에서 제외시켜 주는 방안이다.
정부가 말한 대로 빌라는 주거 사다리로 서민들이 거쳐서 올라가고자 하는 주거형태다. 때문에 다시 팔아야 할 때는 구축이 된 상태고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 즉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거 순환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내놓은 안정화 대책이 부동산시장에서 먹힐 리 없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