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별도기준 영업손실 '적자전환'
모회사 ‘적자’ 자회사 ‘흑자’
40조원대 적자 해소 까마득
모회사는 적자를 보고, 자회사는 흑자를 보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전력 얘기다.
한전은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내 4개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회사 실적을 뺀 별도기준으로는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됐다. 200조원대 부채와 40조원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엔 까마닥한 상황이다.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250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3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 등의 효과로 한전은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0조4737억원, 1144억원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기준으로 한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54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조4500억원 적자)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요금인상 등 효과로 2조5499억원 증가하고, 영업비용은 연료비, 전력 구입비 감소 등으로 8조4497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전기 판매량은 268.5TWh(테라와트시)로 전년 동기보다 0.5% 감소했다. 하지만 판매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58.4원으로 8.5% 증가함에 따라 판매수익이 41조7056억원으로 8.0% 증가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과 달러강세 등의 영향으로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약화함에 따라 한전의 영업이익 폭은 지속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2조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조9000억원, 올 1분기 1조3000억원을 거쳐 2분기 다시 줄었다.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한전은 2분기 9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4562억원에 달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 분기 대비 2분기 전기판매수익이 약 2조6000억원 감소했고, 계절성 요인으로 판매단가도 하락했다”며 “반면 구입전력비는 1조4000억원 감소하는데 그쳐 전체적으로 별도기준 2분기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재무구조는 전통적으로 2분기에 취약하다. 여름·겨울철처럼 냉·난방 전력수요가 적으니 한전 입장에서 전기판매수익이 줄어든다. 또 봄·가을철에는 판매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전기요금에는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 예고로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고환율 환경도 장기화되고 있어 한전은 하반기에도 연료비 및 전력 구입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1분기 평균 유연탄(톤당)과 액화천연가스(MMBtu당) 연료가격은 각각 126.5달러, 9.3달러였지만, 2분기에는 135.5달러, 11.3달러로 인상 폭이 7.1%, 21.5%에 달했다.
같은 시기 원·달러 환율도 1329.40원에서 1371.2원으로 3.1% 뛰었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기준 해외 에너지도입 부담이 커진다.
이처럼 한전의 수익 구조가 뚜렷이 안정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말 기준 누적적자 40조원, 총부채 200조원(연결기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한전이 한해 감당해야할 이자비용만 4조원대에 달한다.
한전은 “자구 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전력 구입비 절감 등 전기요금 원가 감축을 통한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