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새로운 시각
온난화로 까칠해진 수증기가 태풍 성격도 바꿨다
전체 대기에서 작은 부분 차지하지만 실제 영향력은 커
열받은 지구 배경으로 형성된 라니냐로 인한 새 경향도
기후변화 체감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대응책들이 나온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복합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들을 개발하고 많은 이들이 사는 공간인 도시의 기후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고심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새롭게 등장한 기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자연환경의 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풍의 주요 에너지원인 동시에 온실가스이기도 한 수증기가 새롭게 주목을 받는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요즘 수증기 수송 방법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그 영향으로 태풍 피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등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7~10월 발생한다.
8일 강남영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1991~2020년 관측된 태풍 특성을 모델링 한 결과, 지역민이 느끼는 태풍 경험 수가 과거보다 지구가 온난해진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라니냐에서 다르게 나타났다”며 “대만과 상하이 지역 주민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태풍을 경험한다고 인지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추세를 보면 과거보다 우리나라에 더 근접한 태풍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라니냐 시작은 감시구역(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3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편차가 -0.5℃ 이하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의 그 첫 달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10월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는 점차 하강해 중립 상태가 지속되거나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태풍의 에너지원이자 온실가스인 ‘수증기’ = 기상청의 ‘2023 한반도 영향태풍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991~2020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총 25.1개다. 이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3.4개다. 월별로 보면 △8월 5.6개 △9월 5.1개 등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1개 정도가 영향을 줬다.
물론 북서태평양 영역 전체 평균으로 봤을 때 라니냐 시기에는 평년보다 태풍 수가 적고 약화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온난한 라니냐 시기에 발생한 태풍이 많은 양의 수증기를 북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증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황을 살피는 일은 극한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온실 효과를 알아내기 위해 중요하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강 교수는 “간단히 설명하면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볼때 라니냐는 동태평양, 페루 앞바다에서 찬물이 잘 올라오는 현상”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함한 태평양의 서쪽 지역을 두고 봤을 때는 따뜻해지는 걸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찬물이 올라오는 이유가 바람이 잘 끌어올리는 것인데, 우리가 흔히 무역풍이라고 부르는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바람이 잘 부니까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서쪽 지역은 따뜻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온난화 영향을 받는 수증기는 동시에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이기도 하다.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6대 규제 대상 목록(이산화탄소 메탄 육불화황 아산화질소 등)에서 수증기는 빠졌다. 하지만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 대기(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에 실린 ‘GPS 수증기 단층촬영 모델링 기술을 기반으로 홍콩에서 발생한 3개의 슈퍼 태풍 시기 동안 수증기 변동성 관찰’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효과의 약 60%를 수증기가 차치한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담았다. 지금은 모든 당사국들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파리협정 체제다.
◆태풍 직접 영향권 아니면 안전할까? = 결국 ‘온난화-수증기-태풍’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해수면에서 수증기를 흡수하는 태풍 특성상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수증기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수증기와 온난화는 연관성이 있다.
물론 수증기 양만으로 태풍 발생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다른 기상학적 요소들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증기 양이 많아도 태풍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쌓인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할 때다. 억눌려 있던 태풍 에너지들이 사라지지 않고 한번에 터지게 되면 더 큰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온실가스 농도 상승으로 여름철 태풍 발원지인 ‘웜풀’이 팽창되면서 태풍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웜풀은 인도양에서 서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바다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열을 품고 있어 ‘지구의 보일러’라고 불리기도 한다.
태풍은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Typhoon)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과 남반구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른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