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600명 열흘 넘게 일상복귀 못해

2024-08-12 13:00:05 게재

인천 서구 아파트 전기차화재 사태 장기화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 못갖춰 어려울듯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화재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600명 가까운 이재민이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열흘 만에 수도와 전기 공급이 대부분 재개됐지만 안전진단과 청소 등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일상 복귀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 서구 화재 아파트에 쌓인 폐기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곳곳에는 여전히 화재로 분진을 뒤집어써 못쓰게 된 이불과 베개 등 각종 폐기물이 높게 쌓여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아파트 입구에 쌓여있는 폐기물이다. 인천 연합뉴스

12일 인천 서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기준 사고 아파트의 이재민 수는 592명에 이른다. 지난 9일 669명으로 늘어났다가 주말 수도·전기 시설 복구 이후 숫자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600명 가까운 이재민들이 10개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사고발생 초기에는 대부분 이재민들이 행정복지센터나 학교 체육관 등에 임시 텐트를 치고 생활했지만 5일 하나은행 연수원(95세대 330명), 6일 한국은행 연수원(34세대 108명), 7일 청라캠핑장 카라반(6세대 18명) 등이 임시주거시설로 제공되면서 그나마 불편은 조금 덜었다.

정밀 안전진단 검사와 전체 세대의 입주청소 완료까지는 최소 2~3주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시설 생활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한 피해 주민은 “차량 한대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피해가 심한 세대부터 실내청소를 시작했지만 완전한 일상 복귀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복구가 장기화되자 인천 서구는 임시거주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단전·단수로 집에 들어가지 못해 숙박업소를 이용한 세대에는 1일 8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에게는 식사비 9000원과 목욕비 1만원도 지원한다. 서구 관계자는 “피해 주민들의 일상 복귀가 늦어지는 만큼 임시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등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지자체 재정 능력으로 수습이 어려운 경우, 인명피해가 크거나 피해 주민의 생계가 어려운 경우 등에 선포되는데 인천 전기차화재 사고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자체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연재난의 경우 피해액을 산출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지만 사회재난은 과거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사례와의 형평성이나 지자체 재정상황을 고려해 선포한다. 그동안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사례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세월호참사, 코로나19 사태, 이태원참사 등 12건 뿐이다. 올해 6월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일차전지공장 화재 당시에도 지자체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으나 행안부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대규모 재난 위험요소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전기차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된데 따른 조치다. TF는 기존 점검 대상을 전기차 충전소 화재에서 전기차 화재로 범위를 확대하고 이에 대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12일 오전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관계 부처·기관 TF 회의도 개최한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13일 전기차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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