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0명 중 6명 ‘국제무역 확대 원해’
케이토 연구소, 미국인 대상 ‘세계화와 무역조사’ … 4명 중 3명은 ‘관세발 물가상승’ 우려
미국인 2/3(66%)가 글로벌 무역이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58%는 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때문에 미국민 63%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무역을 늘리는 것을 선호했다.
이는 미국 진보주의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지난 8일 공개한 ‘2024년 세계화와 무역 조사(Globalization and Trade Survey)’ 내용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로, 유거브는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2월과 4월 조사한 것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민 3/4(75%)은 관세 때문에 구매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했다. 66%는 미국 청바지 제조업체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관세 때문에 수입청바지 1벌에 10달러를 더 지출해야 한다면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제품다양성, 혁신촉진 등 무역 장점 꼽아
미국인들은 글로벌 무역이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다양성을 높이고(64%) 기술혁신을 촉진함으로써(44%) 개인생활의 물질적 풍요를 증가시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도 인식하고 있다. 무역협정이 미국인의 임금(39%)과 일자리(39%)를 줄이고 일자리의 질(37%)을 떨어뜨린다고도 우려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무역이 미국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10명 중 8명이 글로벌 무역으로 일부 미국제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일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예를 들어 62%는 미국 청바지산업의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해 수입 청바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찬성했다.
하지만 그같은 관세로 청바지 1벌이 10달러 더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인 66%는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청바지 관세로 가격이 1벌당 25달러 오른다면 81%가, 50달러가 오른다면 87%가 반대했다.
미국인들은 로비가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응답자 3/4(75%)은 특수 이익단체가 정부에 로비해 관세나 기타 무역제한을 가하는 것에 반대했다. 거의 절반의 응답자(48%)는 기업이나 로비단체가 새로운 관세를 추진하면 더 크게 반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인 53%는 미국이 무역파트너들로부터 착취당했다고 생각지 않았다. 반면 47%는 미국이 속았다고 여겼다. 당적별, 지역별로 응답이 갈렸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6%, 민주당 지지자들은 32%, 무소속 지지자들은 절반 정도(48%)였다. 남부(51%)와 중서부(50%)가 서부(42%)와 북동부(43%)보다 착취당했다고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
대상 국가별로도 달랐다. 민주당 지지자 72%와 공화당 지지자 66%는 캐나다가 미국과 공정하게 무역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공정하게 무역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당 지지자 55%, 공화당 지지자 50%였다. 멕시코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의 과반수(53%)가, 공화당 지지자 38%가 공정무역에 동의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빴다. 중국이 미국과 공정하게 무역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민주당 20%, 공화당 13%에 불과했다.
미국산 구매 원하지만 비싸다면 외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응답자 75%는 미국산 제품을 선호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55%가 외국산 제품보다 미국산 제품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품질이 동일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미국인 51%는 더 저렴한 해외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인 58%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미국 내에서 제조하고 만드는 미국기업이 더 좋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 42%는 “미국기업은 가장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소비자는 다른 나라 기업에서 가장 잘 만든 것을 구매해야 한다”고 답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이는 전문화와 무역을 통한 이점을 인식하거나 우선순위를 두는 답변”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꺼렸다. 응답자 27%는 더 저렴한 수입품이 있다면 미국산 프라이팬을 구입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지 않겠다고 답했다. 미국산 프라이팬이 수입품보다 10달러 이상 비쌀 경우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미국인 62%는 1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 ‘안 좋은 일’이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응답자 25%는 ‘어느 쪽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13%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역적자로 인한 자금이 미국경제에 재투자된다는 사실을 제시할 경우 ‘무역적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응답은 24%로 하락했다. ‘무역적자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6%로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무역적자는 좋은 일’(46%)이거나 ‘상관없다’(30%)고 답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주목할 만한 점은 무역적자에 대한 의견이 학력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은 당연히 무역정책이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보복관세 지지하지만 부작용 우려
미국인 56%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미국산 제품에 제한을 가할 경우 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복관세가 상품가격을 올리거나(34% 지지), 미국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거나(27%), 보조금이나 관세에 대한 기업의 로비를 부추기거나(38%), 관세 부과 수입품에 의존하는 다른 미국기업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경우(22%)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인 61%는 ‘미국기업이 정부 보조금이나 납세자 보조금 없이도 강해지고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39%는 ‘미국기업이 공정하지 않은 다른 국가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납세자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역과 세계화는 올해 대선 이슈 아냐
당파성은 무역정책, 특히 관세에 대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TV산업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TV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똑같이 61%가 관세를 지지했다.
하지만 설문 응답자의 절반에게 ‘트럼프정부가 관세를 부과했다’고 알려주는 실험에서는 민주당 지지자 65%가 관세에 반대했고, 공화당 지지자 70%가 관세에 찬성했다. 반면 ‘바이든정부가 관세를 부과했다’고 하면 민주당 지지자 57%가 관세를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자 49%가 관세에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무역문제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중 1%만 ‘세계화와 국제무역이 3대 이슈 중 하나’라고 답했다. 설문조사 항목 중 가장 낮았다. 인플레이션(40%), 건강관리(30%), 일자리와 경제(28%), 이민(27%), 기후변화(21%)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높았다. 이러한 흐름은 응답자 중 등록유권자에게도 동일했다. 무역을 3대 이슈로 꼽은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응답자들이 미국 무역정책이 마트에서 구매하는 제품 가격, 일자리, 미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무역이슈가 올해 말 대선에서 대통령 선택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세계화와 무역 조사’에 사용된 설문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 2.54%p”라고 밝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