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월가 위법 ‘텍스팅’에 총 20억달러 벌금

2024-08-19 13:00:01 게재

비공식채널로 문자 주고받고 기록은 안 남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년여 간 월가 금융기관들의 위법한 ‘텍스팅(Texting, 문자 주고받기)’에 약 20억달러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EC는 지난주 26개 월가 금융사들에 적게는 40만달러, 많게는 5000만달러 등 총 3억9300만달러 벌금을 부과했다. 임직원들이 개인 휴대폰과 SNS ‘와츠앱’ 등 비공식채널을 통해 업무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동시에 관련 기록을 보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아메리프라이즈와 에드워드 존스, LPL파이낸셜, 레이먼드 제임스 4개사는 최대인 5000만달러를 부과받았다. RBC캐피털마케츠는 4500만달러, BNY멜론과 자회사 퍼싱은 4000만달러, TD시큐리티즈와 자회사 2곳은 3000만달러다.

브로커-딜러와 자문사 등 금융기관들은 미 연방증권법상 반부패 조치, 금융책임성 기준 조항에 따라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의 정보공유 내역을 보존해야 한다. SEC 집행국장 거버 그루얼은 “우리는 금융사들이 장부와 기록에 대한 기준을 준수하는지 감시한다. 이는 투자자보호와 시장의 원활한 작동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사 ‘파이퍼 샌들러’는 2021년 위법 텍스팅으로 1400만달러 벌금을 내기로 SEC와 합의했다. 최소 20명의 임직원들이 비공식채널로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브로커리지 업무와 관련해 최소 9건 사례에서 외부와 접촉했다는 혐의다. JP모간체이스도 2021년 말 비슷한 혐의로 SEC, 미국 선물거래위원회와 2억달러 벌금에 합의한 바 있다.

FT는 “2021년 이후 SEC는 수십곳의 월가 기관들에 약 20억달러의 민사형 벌금을 부과했다”며 “SEC는 당초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을 겨냥했다가 최근에는 브로커-딜러, 투자자문사들까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EC가 조사를 확대하면서 월가 금융기관들이 향후 부과될 벌금을 미리 책정하고 있다.

인베스코는 최근 5000만달러를, 찰스 슈왑은 4300만달러를 책정했다. 블랙록 역시 텍스팅 조사와 관련해 SEC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SEC와 원론적 측면에서 벌금부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약 2000만달러 민사형 벌금을 예상하고 있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SEC와 와츠앱 조사에 대해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DBRS와 크롤 채권평가사도 SEC와 벌금조치에 합의했다. 블랙스톤과 아폴로 글로벌 등 사모기업들도 예상되는 벌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회사협회(ICI) 법무담당 부실장 켄 팡은 “우리는 SEC가 필요 이상으로 조사를 넓히고 있다는 데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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