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CEO의 재택근무, 스타벅스의 새로운 문화?

2024-08-20 13:00:04 게재

코로나19로 비즈니스 세계가 겪은 새로운 경험 중 하나가 온라인 회의와 재택근무의 보편화이다. 이전에는 지극히 예외적이었던 원격근무가 뉴노멀(new normal)이 되는 듯했으나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는 많은 기업들이 다시 전통적인 '9 to 6' 근무형태로 복귀하였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통적 근무 형태와 재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재택과 하이브리드는 직장에서 소수 약자에 대한 미묘한 인신공격을 줄이고 조직 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증진시킨다. 업무유연성(flexibility)과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높여 종업원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증진시킨다.

종업원이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기 쉬워 효율과 업무 집중도를 높인다. 또한 출근을 포함하여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 시간 절약 뿐 아니라 회사의 탄소발자국을 감소시켜 다양한 의미에서 ESG 성과를 개선하는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경영수단이 된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의 근접편향(proximity bias)이 형평성에 반하는 결정을 초래할 수 있는데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경영자의 64%가 사무실 근무 직원의 성과를 더 좋게 평가하며 재택근무자들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격차로 인해 정보의 제약이 재택근무자의 불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지배적인 대면문화에서는 공식 근무 시간 외에 발생하는 상황에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압력을 느낄 수 있다.

보편화된 온라인 회의와 재택근무

재택이나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능력 있는 종업원이나 CEO의 충원에 도움이 된다. 최근 스타벅스는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CEO인 나라심한(Laxman Narasimhan)을 해고하였다. 2 분기에 걸친 판매감소에 이어 올해 4월 스타벅스가 실망스러운 영업이익을 실현한 것은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와 원가 상승, 그리고 특히 중국에서의 매출 급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주가가 20% 하락하자 기관투자자의 압력에 못 이겨 CEO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나라심한은 제품과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4주 동안 현장의 스탭들과 일하면서 직접 바리스타 자격을 따기도 하고 한달에 하루의 절반을 카운터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실적하락을 막지 못했다. 새로운 CEO 니콜(Brian Niccol)은 미국 최대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포틀레(Chipotle)의 CEO였으며 화려한 경력과 시장에서 입증된 경영능력으로 스타벅스로부터 1억1300만달러 급여 패키지 외에도 본사인 시애틀에서 1600km떨어진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의 작은 사무실에서 원격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런 시도는 일반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업무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투자자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니콜이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스타벅스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그는 2018년 경쟁사인 타코벨에 근무하던 중 치포틀레 CEO로 발탁되었으며 취임 후 본사를 덴버에서 뉴포트비치로 옮겼다.

그리고 성과가 부진한 65개 점포를 즉각 폐쇄하였으며 새롭게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매장 ‘치포틀레인’을 도입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메뉴와 판매 방식을 시도하여 일부는 실패로 끝났지만 2018~2024년의 재직 기간 동안 매출은 두 배, 이익은 7배, 주가는 8배로 뛰었다.

하지만 니콜이 스타벅스의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결성 압력과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매출에 반전을 가져올 혁신이 없으면 가장 영향력 있는 주주인 슐츠(Howard Schultz)와 투자자들의 퇴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 외에도 글로벌 경제 불황과 함께 최근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토종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에게 내어 주는 등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 상실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니콜이 치포틀레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였지만 스타벅스는 훨씬 규모가 큰 기업이며 고도로 글로벌화되어 있어서 부진의 원인과 처방이 다를 수 있는데 그에게 그런 경험이 많지 않다. 공급망 이슈로 커피원두 가격 상승이 가져온 수익성 악화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최적의 지배구조 확보가 시급한 과제

스타벅스가 직면한 문제는 글로벌 영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많은 소비재 기업들의 상황과 유사하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불황, 글로벌 공급망 붕괴, 중국 시장의 상실 등에 직면한 우리 기업에게 스타벅스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스타 CEO 영입 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 및 환경적 성과를 포함한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지배구조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