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앙은행들, 연준 앞서 금리 내릴지 관심
한국·태국·인니 이번주 통화회의
필리핀은 지난주 선제적인 대응
필리핀 등이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보다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주요 금융사 이코노미스트들이 다음 주자가 누가 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중앙은행은 지난주 거의 4년 만에 정책금리를 인하해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2022~2023년 금리를 4.5%p 인상했던 필리핀중앙은행이 통화완화정책에 돌입한 것.
ING 아시아·태평양 연구책임자 로버트 카넬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용감한’ 결정이었다”며 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는 다른 아태지역 국가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금리 인하는 뉴질랜드중앙은행이 금리를 0.25%p 인하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중국인민은행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잇달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은 아시아지역의 통화완화정책이 언제 시작될지 오랫동안 주시해 왔다. 고금리가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경제지표들이 나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그동안 연준보다 앞서 움직이기를 꺼려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사라 탄과 데니스 척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는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내수 부진과 부실대출 증가로 통화정책 완화의 발판이 마련되면서 한국은행이 이번주 22일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 줄리아나 리는 “한국은행이 우리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최소한 10월에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비둘기파적 동결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국가로 태국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하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바트화 가치가 점차 회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태국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는 21일 개최된다.
싱가포르 OCBC은행 수석 아세안 이코노미스트인 라반야 벤카테스와란은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올해 마지막 분기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중앙은행이 루피아화 안정성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연준보다 앞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특히 외환 안정성이 유지된다면 미국보다 앞서거나 미국과 보조를 맞춰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도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OCBC는 아세안 국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와 내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통화완화에 나서겠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현 금리 수준을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스는 이번주 회의를 개최하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탄과 슈레야 소다니는 “다른 중앙은행들이 필리핀을 즉시 따라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연준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확신을 더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