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운동장 개발사업 ‘오락가락’
시민사회 반발 거세자
아파트 개발 또 수정
부산시가 구덕운동장 재개발 방향을 수시로 뒤집는 오락가락 행정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는 20일 구덕운동장 재개발사업 추진과 관련해 직접 시민 의견을 듣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서구 주민들 반대가 워낙 강하다보니 부산시민 전체로 넓혀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시는 시민의견수렴은 여론조사 방식을 택할 것이란 설명이다. 문항에는 전체 시민의 의견도 서구 주민처럼 아파트 개발을 반대하는 지 묻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시민들도 아파트 개발에 반대한다면 굳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조사 문항을 준비 중으로 조만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본격 설문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침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시민과 직접 소통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의 구덕운동장 개발방향은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 도시재생혁신지구 후보지 선정과 함께 아파트 개발이 등장했다. 이후 개발계획에서 처음에는 38층 아파트 3개동 530가구였다가 갑자기 49층 아파트 4개동 850가구로 변경됐다. 공청회가 파행되고 시민사회 반발로 이어지자 최근에는 다시 36층 600가구로 줄었다. 주민들이 주민소환제까지 들고 나오자 이번에는 시민여론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시민사회는 아파트 개발 철회를 요구하며 즉각 반발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부산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 일동’은 이날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규모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축구전용경기장을 빌미로 결국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라며 “시의회와 시민을 속이고 추진하는 난개발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부산시가 불통행정을 한다며 주민소환을 추진키로 했다.
임병율 구덕운동장 아파트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 요구는 처음부터 아파트 건립은 안 된다는 것인데도 소통은 않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사업철회 뒤 백지 상태에서 주민들과 논의해야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덕운동장 개발 사업은 현재 국토부의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사업 후보지 중 하나다. 서울 인천 춘천과 함께 전국 4곳이 신청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안에 후보지 중 2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