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유독가스 가득…인명피해 키워
긴박했던 부천 호텔 화재 현장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지만 사망
사망 7명, 중경상자 12명 발생
22일 오후 10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K호텔 앞. 오후 7시 39분쯤 이 호텔 8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거의 잡힌 상태였고 소방관들이 내부로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창문 곳곳에서 연기가 흘러나오고 벽면은 검게 그을렸다. 현장 주변엔 경찰 통제선이 처졌고 바닥에 흩어진 유리파편 등을 치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부천시청과 병원 학원 오피스텔 등이 몰려 있는 중심상업지역이다. 시커먼 연기와 탄내에 놀란 시민들이 화재 현장 주변으로 몰려나왔고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이를 통제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화재는 처음 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호텔 인근 오피스텔에 산다는 한 주민은 “소방차 소리를 듣고 와보니 호텔 창문으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고무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며 “사람들이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화재현장을 지켜본 또 다른 주민은 “이런 화재는 처음 본다”며 “사망자가 많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호텔에 투숙한 일행이 대피하면서 찍은 영상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8층 객실 창문으로 투숙객으로 추정되는 남녀 2명이 4~5초 차이로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이들 남녀 2명은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두 사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소방당국은 이와 관련해 “추후 자세한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층에서 시작된 불은 호텔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건물 내부에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지준호 부천소방서장은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건물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창문으로 많은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특히 호텔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됐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2003년 건물이 준공 됐는데 당시는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6층 이상 건물에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한 소방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신축 건물을 적용 대상으로 시행됐다. 화재 당시 호텔 내부에 소화기는 비치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호텔에서 머물던 카자흐스탄 국적 투숙객 4명은 국내 병원에서 수술 건강검진 등을 받으려고 입국한 뒤 불이 난 호텔에 머물다가 겨우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화재는 이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했다.이 불로 투숙객 등 19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내국인 7명(남성 4명, 여성 3명)이다. 중상 3명을 비롯한 부상자 12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순천향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6곳 병원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재 부천시 보건소장은 “사상자들은 순천향대병원 등 6곳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으며 가족과 협의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23일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