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제재 대비 반도체 장비 대량 수입
미국, 최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
대중국 수출 제한 범위 계속 늘려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올해 1~7월 동안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관련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더 확대하기 전에 대비 차원에서 구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블룸버그는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발표한 새로운 무역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올해 7월까지 약 260억달러 상당의 반도체 제조 기계를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이전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미국, 일본, 네덜란드 당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으로부터 반도체 제조장비를 대거 구매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최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저가형 장비를 많이 사들였다.
중국이 수입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네덜란드의 대중국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7월에는 두번째로 20억달러를 돌파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인 ASML의 중국 매출은 2분기에 21% 급증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가운데 ASML은 규제를 받지 않는 구형 장비를 주로 팔았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첨단 리소그래피 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도체 회사 SMIC가 ASML의 구형 리소그래피 기계를 사용해 지난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올해 15%의 생산량 증가를 달성한 후 2025년에는 생산량이 14% 증가해 월 1010만개의 웨이퍼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산업 생산량의 약 1/3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AI를 비롯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기술 혁신을 막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이러한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장비의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1일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국의 AI 메모리 반도체와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접근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중국 기업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현재 생산되고 있는 최첨단 AI 메모리 반도체인 HBM2와 HBM3 및 HBM3E를 포함한 고급 반도체와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가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압하려는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미국이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조치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지 못할 것이며 중국 기업의 자립을 촉진할 뿐”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