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이미 침체 진입했나
‘삼의 법칙’ 등 여러 지표서 확인
이코노미스트 “지표 문제점 많아”
경기침체를 미리 알고 경고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수조달러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재정을 풀 수 있고,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경기침체를 확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침체를 결정하는 곳은 미국경제연구소(NBER)로, 침체 판정까지 여러달이 소요된다. 다른 나라들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을 들여다본다. 이 역시 시간차가 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대체지표들이 개발됐다. 많은 지표가 미국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린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삼의 법칙(Sahm’s rule)’으로, 이달 초 미국경제가 침체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2개월 최저치보다 0.5%p 높을 경우 침체로 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UC산타크루스대 파스칼 미샤야 교수와 UC캘리포니아대 에마뉘엘 사에즈 교수는 최신 논문에서 실업률을 다루는 삼의 법칙에 기업의 구인율을 보태 보완했다. 그 결과 대공황 이후 미국의 모든 경기침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올해 3월부터 침체구간에 진입했다.
미국채를 기준으로 삼는 지표도 있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수익률곡선 역전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침체를 1년여 이상 앞서 가리킬 수 있다. 수익률곡선이 역전되기 시작한 건 2022년 중반부터다. 침체 가능성은 역전상황이 다시 정상화되면서 커지고 있다. 현재 10년물 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 격차는 0.2%p까지 좁혀졌다.
뉴욕대 토머스 필립스 교수는 실업률에 수익률곡선을 보태 분석했다. 1960년 이후 2번을 제외하고는 경기침체에 모두 들어맞았다. 그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지난달부터 침체에 진입했다.
그렇다면 각 지표들이 보여주는 대로 미국경제는 암울한가. 투자자들은 주식급락에 대비해야 할까. 이코노미스트지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필립스 교수는 자신의 분석잣대가 침체를 판단하기엔 좋지만 투자 판단엔 유용하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침체지표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바꿀 경우,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에 비해 대부분 돈을 잃었다. 유일한 예외 기간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경기침체 지표들은 그보다 큰 문제점도 갖고 있다. 이민자 급증은 미국 고용수치를 왜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실업률 증가는 이민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새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실직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이 없었다면, 삼의 법칙이 발동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샤야 교수와 사에즈 교수가 적용한 구인율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부양책이 수요를 촉진시키고 격리봉쇄가 사람들의 이동을 막으면서 기업 구인율이 급증했다. 팬데믹 이후 구인율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두 교수의 분석지표가 침체를 가리키는 주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역사적 기준에서 미국기업들의 구인율은 여전히 건전한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같은 지표들이 대개 미국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수익률곡선 역전과 삼의 법칙은 다른 나라에선 적중률이 떨어진다. 미국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별나게 호황을 구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같은 지표들이 미국경제에 맞게 조작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경기침체 지표들은 ‘일단 나쁜 소식이 퍼지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체로 맞는 말이다. 실업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온다. 중앙은행들은 무언가 이상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하지만 오늘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미국 노동시장의 이례적인 회복세를 고려하면, 일부 걸림돌이 심각한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미국경제의 대대적 확장세가 잠잠해지고 있지만, 점진적인 경기둔화가 경기침체 지표들이 가리키는 만큼의 경착륙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