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세 78조원 감면 ‘역대 최대’…3년연속 법정한도 초과
재정지출에 조세지출까지 내년 정부 ‘실제 씀씀이’는 755조원
기업실적 회복에 감면액↑ … 고소득자·대기업 감면비중 증가
내년에 비과세·세액공제 등으로 깎아주는 국세가 78조원으로 역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세감면율은 법정한도를 지난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2025년 조세지출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 방식(감면) 등으로 납세자의 세 부담을 완화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재정 지원을 말한다.
◆법인세수 증가 전망 = 내년도 국세 감면액은 78조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망치(71조4000억원)보다 9.2%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다. 재정지출(677조4000억원)까지 고려하면 내년 정부의 실질적인 씀씀이가 755조4000억원인 셈이다.
내년 국세 감면에는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통합투자세액공제액 증가 등이 영향을 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국가전략기술이나 신성장기술을 사업화하는 시설 등에 투자하는 경우 일정 부분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내년 기업의 실적이 회복돼 법인세 등이 늘어나는 만큼, 감면해주는 세금 규모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법인세가 88조5000억원으로 올해 세입예산보다 10조8000억원(1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국세수납액과 지방소비세액을 합한 국세수입총액은 412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라면 국세수입총액에 국세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감면율은 역대 최고인 15.9%로 법정한도(15.2%)를 초과한다.
지난해부터 3년 연속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를 넘기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국세감면액은 69조8000억원, 국세감면율은 15.8%로 법정한도(14.3%)를 1.5%포인트(p) 초과했다. 이는 2008년(1.0%p)과 2009년(1.8%p), 2019년(0.8%p), 2020년(1.2%p) 등에 이어 3년 만이다.
올해 국세감면액은 71조4000억원, 감면율은 15.3%로 역시 한도(14.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소득자 감면 비중 커 = 수혜자별로 보면 내년 개인에게 돌아가는 국세감면액이 49조9000억원이다. 이중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200%(8400만원) 이하인 근로자·농어민·고령자·장애인 등 중·저소득자에 대한 감면액이 66.6%인 33조2000억원이다.
고소득자는 16조7000억원으로 33.4%를 차지한다. 고소득자의 감면 비중은 지난해 32.3%에서 올해 33.2%(전망치) 등으로 높아졌다. 중·저소득자는 작년 67.7%, 올해 66.8%(전망치) 등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험 가입률 상승 등으로 사회보험료 소득공제가 늘면서, 누진 구조상 고소득자의 감면 비중이 높아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개인 외 기업에 돌아가는 감면액은 내년에 27조6000억원이다. 이중 중소기업의 감면액이 기업 전체 감면액의 68.5%인 18조9000억원이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이 4조9000억원(17.9%), 중견기업이 1조원(3.6%)이다.
대기업 감면 비중이 지난해 16.7%에서 올해 9.7%(전망치)로 줄었다가 내년에 높아지는 셈이다.
올해는 실적 악화로 대기업이 납부할 세수가 감소한 반면, 내년에는 실적이 회복해 감면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R&D·투자세액공제 감면액의 경우 올해는 작년 대비 2조원 줄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2조5000억원 늘어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